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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200.종교

201 [스피노자의 정신] 세 명의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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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나무. 2008.5.1 초판 1쇄.

 

 

[1]

 

17세기 말 유럽, 오로지 손으로 베껴 쓴 형태로만 유통되었다는 괴문서. 저자가 누군지는 당연히 모르고.

       제목이 말하는 사기꾼 셋은 모세, 예수, 마호메트.

       이슬람교의 창시자의 이름으로는 마호메트라는 이름이 익숙한데, 에스키모와 이누이트처럼, 제대로 된 외래어는 아닌 모양. 6세기 중엽 태어난 이슬람교 창시자의 이름은 아부 알-카심 무함마드 빈 압드 알라 빈 압드 알-무탈리브. 해서, 무함마드가 옳은 표기라고 한다.

       제목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듯이, 결론은 심플.

 

종교란 상상의 질환일 뿐이며, 대중을 호도하기 위한 사기술에 다름 아니다.

 

 

[2]

 

무지가 바로 거짓에 대한 섣부른 믿음을 초래하는 것이며, 그로부터 오늘 이 시대를 지배하는 모든 오류들이 생겨났다.
유령들에게 무한한 능력이 있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믿음은 자기가 모르는 것 속에는 뭔가 엄청난 능력이 숨어 있을 거라 막연히 넘겨짚기 일쑤인 무지한 자들에게는 그 또한 아주 흔한 믿음이다.

종교가 창궐하는 원인을 무지의 탓으로 돌리나 인간의 지성이라는 것이 보잘것없을 뿐더러 신념과 지성은 별 상관 없다.

 

 

[3]

 

공포심에 젖어 있는 대중의 상태를 중시하는 정치가들일수록 인간과 신의 계율, 즉 자기들 신분의 근간을 이루는 법이 훼손되었을 때 특별히 무서운 보복을 가하는 신들을 신앙의 대상으로 옹립했다.
자고로 미신처럼 민중을 효과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아무것도 없나니.

단백질 덩어리들 사이에 계급이란 걸 들이려면 자력으로는 별 수가 없으니 외부의 힘에 기댈 수밖에. 이런 전략은 오늘날이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것도 없다.

 

 

[4]

 

애당초 신학자들의 생각에, 세상의 범인凡人이란 항상 허망한 생각에 휘둘릴 뿐이며, 지혜와 진실의 소금이기는커녕 공허와 광기의 쉰 맛으로 찌든 빵이어야만 무난히 먹여 살릴 수 있는, 하찮은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공동체에 기생해 목숨을 부지하는 자들의 눈물 겨운 몸부림. 정치가들 역시 마찬가지고.

 

 

[5]

 

어리석기 그지없는 무지한 자들까지 설교자로 나섰던 종교라면, 웬만큼 신성하고 초자연적인 종교가 아니겠느냐는 주장이 있다. 마치 더할 나위 없이 말도 안 되는 견해들을 세상에 퍼뜨리는 일에 아녀자와 바보만큼 적임자들이 없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듯 말이다. 그러고 보면 예수 그리스도가 철학자나 지식인들을 자기 사도로 절대 임명하지 않은 것은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내세우는 계율이 보편적 양식良識과는 정반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때문에 그토록 여러 군데에서 학자들을 노골적으로 탄핵했고, 자신이 말하는 왕국으로부터 배척했으며, 오로지 지력이 박약한 단순한 사람들, 어리석은 자들만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물론 합리적인 정신의 소유자들은 약간 맛이 간 저들과 같이 취급되지 못한 걸 두고 조금도 애석해하지 않는다.

학자라는 자들에 대한 평가가 과하게 후한 듯. 학식과 합리는 동치가 아니다. 지식이 신념을 대체하기도 어렵거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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