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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아침. 2012.12.14 초판 1쇄.
[1]
내가 시간적, 금전적인 여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도 그것을 허용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를 한 템포 늦추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늦춘 템포를 일이 돌아가는 속도의 기준으로 삼고 비용을 지불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일의 속도도 느려지고 돈도 더 내야 한다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사회 전체에서 공유된다면 손해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사람이 조금만 느리게 움직이면서 기다려주고,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주는 사회에서 손해만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생산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사람이다. 그는 원래 돈과 시간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변한다고 해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렇게 이룩한 ‘느린 고비용 사회’에서 ‘빠른 저비용’을 경쟁우위로 해서 부를 창출하려는 사업가가 등장하려고 할 때 여기에 동조하는 노동자가 있으면 안 되고, 어떻게든 그런 형태로 ‘저비용’ 서비스가 제공된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그 서비스를 거부해야 이 ‘느린 고비용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데, 공산권의 몰락은 인간들이 이런 짓을 해낸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제대로 보여 줬다.
[2]
광신은 종교의 가르침에 대한 헌신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대한 집착이다.
인간의 심리 기재가 원래 그렇다.
‘광신’과 ‘종교’를 좀 더 일반적인 낱말로 바꿀 수 있을 듯싶은데, 당장은 떠오르질 않는다.
[3]
역사상 중요한 시점에서의 승리나 위인들의 업적은 그들의 선함이나 위대함이 아니라 힘의 우위, 다소의 운과 우연에 의해 결정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승자의 힘을 너무 쉽게 선이나 진리로 착각하고 만다. 그것은 승자에 의해 쓰이는 역사와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우리의 순진함 때문이다.
승리와 성공을 어느 정도까지 동의어 취급을 할 수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세속적 성공에서 운과 우연의 작동방식을 나름 체계적으로 설명하려 시도한 결과물이 말콤 글래드웰의 책들.
[4]
박정희, 전두환 시대의 수많은 아이히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친일 청산도 못 하고, 이것도 못 하고.
[5]
서평은 대개 호평. (‘썩어빠진 역사책은 집어치우고 이 책을 읽어라’, ‘고등학교 때 읽었더라면 세계사를 훨씬 재밌게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 필요 없다.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재밌었던 책’) 까막눈이 보기에는 사실들을 맹렬히 옮겨 적은 책. 저자 나름의 깊고 신선한 생각이 드문 책이 흥미롭기는 쉽잖다. 해서, 나는 재밌어 보이는 대목만 골라 읽고 얼른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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