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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740.영어

740 [이재호] 영한사전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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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리. 2005.1.5 초판 1쇄.

 

 

[1]

 

“한자로 적혀 있으면 그 뜻이라도 추측할 수 있지만, 한글로만 적어놓으면 많은 경우 제대로 의미를 알 수가 없다”는 대목에서, 동음이의어 문제 해소를 위해 저자는 너무도 쉽게 ‘그러니까 한자로 쓰자’고 제안한다.

       글쎄, 부득이한 아쉬움도 어쩔 수는 없겠으나, 우리말을 많이 쓰도록 애쓰거나, 동음이의어들인 한자어들을 발음으로도 구별이 되는 낱말들로 대체하거나 하는 방법도 있지 않겠나.

       저자가 예로 든 동음이의어 중 하나는 5연패(五連敗)와 5연패(五連覇).

       최근에는 ‘다섯 번 내리 우승했다’는 뜻인 ‘5연패’ 같은 표현은 예전만큼은 흔치가 않은데, 아무래도 선배 세대보다야 한자 공부가 얕을 수밖에 없는 젊은 기자들의 영향인 듯. 요즘은 ‘5연패’라 쓸 자리에 ‘5년 연속 우승’이라는 평이한 표현을 쓰는 모양인데, 한자어를 풀이하듯 문장을 쓰면 글자수가 늘어난다는 점은, 참 뼈아프다.

 

 

[2]

 

영어의 사소한 부분들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말이나 제대로 쓸 것이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게 된다.

       이 책은 애당초 취지가 영어와 우리말 사이의 잘못을 헤집는 데 있다 보니,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는데, 그 중 가장 신경쓰였던 표현이 ‘이씨 조선’.

       ‘이씨 조선’은 Korea의 올바른 번역이 조선인가 한국인가를 논하는 대목에서 나오는데, 저자가 무심히 사용한 ‘이씨 조선’이라는 표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잘못된 표현이다:

 

태조 이성계의 개국 이후, 대한제국 때까지 이 땅의 국호는 ‘조선’이지 ‘이조(이씨 조선)’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는 일개 성씨 집단이 통치하는 부족국가 정도로 비하하기 위하여 조선을 ‘이씨 조선’, ‘이조’라고 불렀다. 그들은 한국을 강제 병합한 후 조선왕조의 궁궐을 ‘이왕궁’이라 하였고, 순종 임금을 ‘이왕’이라 하여 일본의 귀족으로 흡수해 버렸다. 그리고 총독부 내의 도서 검열과에서는 조선에 관한 모든 기록을 ‘이조’로 표기하도록 하였다.

영한사전이 만들어지던 초기에 일본어 사전을 충분한 지식 없이 번역하는 바람에 적지않은 실수들이 영한사전에 들어차게 되었다고 한탄하며, 30년 공들여 정리한 내용을 책으로 출간한 저자가 이 정도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 우선 놀랍고, 지금도 그런 표현을 태연히 쓰고 있는 수많은 웹사이트들이 있다는 점 또한 그만큼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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