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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850.독일문학

853 [에리히 캐스트너] 에밀과 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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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주니어. 1995.5.27 초판 1쇄. 2000.3.30 개정판 1쇄. 2005.8.25 개정판 18쇄.

 

강소천과 에리히 캐스트너의 책을 신나게 읽으면서, 아동문학가를 꿈꾸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나이 들어 다시 읽는 그들의 책에서 그 시절의 감동을 기대한다면, 욕심이 과한 것.

 

[1]

 

(p.9) 절대로 이야기의 시작이 아니다.

그 누가 이런 제목으로 글을 시작하리라 작정할 수 있을까.

       “나는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에밀의 이야기는 나 자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나는 원래 전혀 다른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 호랑이가 무서워서 이를 덜덜 떨게 되고 게다가 대추 야자 열매들까지 달그락거리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책을 말이다.”

       대단한 능청.

 

 

[2]

 

(p.67) 주머니가 비어 있다! 돈이 없어져 버리다니!
       에밀은 왼손으로 주머니를 샅샅이 뒤져 보았다. 오른손으로 윗도리 위를 더듬고 또 더듬어 보았다. 주머니는 분명 비어 있었고 돈은 없었다.
       “아얏!”
       에밀은 비명을 지르며 손을 뺐다. 아까 돈을 꽂아 두었던 핀이 딸려 나왔다. 주머니 안에는 핀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왼손 집게 손가락에 핀이 꽂혀서 피가 나고 있었다.
       에밀은 손수건으로 손가락을 동여매고 훌쩍훌쩍 울었다. 물론 피가 나서 우는 건 아니다. 두 주 전에 가로등 기둥에 부딪혀서 하마터면 기둥이 부러질 뻔했다. 이마에는 아직도 혹이 나 있다. 하지만 에밀은 1초도 울지 않았다.
       에밀을 울린 건 돈이었다. 어머니 때문에 눈물이 더 났다.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없다면 제아무리 용기가 있어도 전혀 쓸모없는 사람이다.

어릴 적 이 대목을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때의 기억을 생생히 되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머니 속 돈이 사라지고 옷핀에 손가락이 찔린 장면에서 작가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어울릴 법한 공감 장치를 여럿 설치해 뒀다.

       에밀은 정말 슬퍼. 이마로 기둥을 받아서 기둥이 - 이마가 아니다! - 부러질 뻔했을 때도 안 울었는데, 지금은 훌쩍훌쩍 눈물이 나. 아파서 우는 게 절대로 아니야. 엄마 때문에 눈물이 나는 거야. 이 심정이 이해할 수 있겠어? 이 심정을 이해할 수 없다면 네가 아무리 용기 있는 어린이라 해도 전혀 쓸모없는 사람인거야.

       아동문학은 적당히 교훈적인 소재에 적당히 고운 문장을 입힌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3]

 

(p.126) “너희 집 부자니?”
“몰라, 우리 집에서는 그런 이야기는 별로 안 하니까.”
“집에서 돈 이야기를 안 하는 걸 보니 돈이 많은가 보구나.”
교수는 한동안 생각해 보고 대답했다.
“그럴지도 몰라.”

어린이 책에 슬쩍 끼어든 어른들 이야기, 혹은 돈 이야기.

       여러 작가들이 이 소재를 다뤘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제라늄과 비둘기가 보이는 장밋빛 벽돌집, 가장 아련한 기억은 은박지에 곱게 싼 여섯 개의 버찌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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