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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980.지리

982 [빌 브라이슨]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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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이십일 21세기북스. 2016.07.10 초판 1쇄.

 

 

[1]

 

원제는 “The Road to Little Dribbling: More Notes From a Small Island”.

       전작 “Notes from a Small Island: Journey Through Britain”을 “발칙한 영국산책”이라 번역했던 출판사는, 뾰족한 수를 못 찾고서, 볼품없는 숫자 2를 제목에 덧붙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2]

 

(p.21) 아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세월은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다.

그러게나.

       브라이슨이 선택했던 낱말이 뭔지 모르겠으나, 좀 더 어울리는 낱말은 ‘켜켜이’. ‘차곡차곡’은 잘 마른 빨래나 땀 흘려 추수한 쌀가마를 단정히 쌓아올리는 듯한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나는 세월을 그리 애써 빼곡히 쌓아올릴 생각은 없어서, 밤새 장독대를 덮는 싸락눈마냥 세월은 그저 켜켜이 쌓이는 것으로 족하다.

 

 

[3]

 

(p.45) 에베레스트 산은 아시아의 산 중에서 영국인의 이름이 붙은 유일한 산이다. 영국의 지도 제작자들은 원래 토착 지명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꽤 양심적인 편인데, 당시 에베레스트 산은 상당히 여러 개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데오둔가, 데바둔가, 바이라바탄, 브하이라블랑거, 그날탐탐글라, 초모랑마 등의 이름 외에도 더 많은 이름들이 에베레스트를 지칭하는 이름이었고 지도 제작자들은 그중 어느 하나를 고를 수 없었다. 영국인들은 그 산을 주로 ‘15번 봉우리’라고 불렀다. 당시에는 그 산이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기에 이렇게 부르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래서 누군가 지도에 ‘에베레스트’라고 명명을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다.

에베레스트 산에 여러 토착 지명이 존재하는 것은, 산이 워낙 높은 탓에 산은 볼 수 있으되 서로 왕래는 드물었던 여러 마을이 제각기 이름을 붙였기 때문일 터.

       영국인들이 여러 토착 지명 중에 어느 것을 고를지 결정할 수 없던 것은 그들이 ‘외지인’인 때문이다. 여러 이름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일을 그 땅을 살아 온 이들에게 맡겼더라면 논란은 있을지언정 한갓 인간의 이름으로 불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 시절 영국인들의 오지랖이란 참으로 목불인견.

 

 

[4]

 

(p.50) 가파른 언덕을 올라 산들바람이 부튼 헤븐브라우 등성이 꼭대기까지 올랐다.

‘등성이’라는 낱말이 새삼스럽다. 그러고 보니 ‘가파른’도 ‘언덕’도 ‘산들바람’도 토박이말이다. 독일어를 공부하고 호주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했다는 번역자는 되도록 토박이말을 쓸 심산이었던 듯.

       그런데 등성이는 산등성이와 같은 말이고, 산등성이는 산의 등줄기라는 뜻이니, ‘등성이 꼭대기’라는 표현은 어딘가 어색하다.

 

       국어사전이 가파르다의 뜻을 ‘몹시 비탈지다’로, 비탈지다는 ‘몹시 가파르다’로 풀이하던 적이 있다. 이래서야 어느 쪽이 더 기울어져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지금은 가파르다를 ‘산이나 길이 몹시 기울어져 있다’로, 비탈지다를 ‘땅이 경사가 급하게 기울어져 있다’라 적어 애써 구별짓고 있는데, 애먼 짓이기는 매한가지다.

       느낌을 곱씹어 보면 비탈지다보다는 가파르다가 좀 더 기운 듯.

 

 

[5]

 

가족들과 나흘 정도 여행을 나섰다. 짬날 때 읽을 요량으로, 마침 소재도 여행이고 하니 분위기에도 어울리고 해서, 여느 책들보다 뚱뚱한 녀석을 애써 꾸려들고 나섰으나, 채 몇 쪽도 못 읽고 돌아왔다.

 

 

[6]

 

원제에 자리잡은 “Dribbling”의 뜻이 궁금했는데, 그 뜻을 짐작할 만한 대목은 나오지 않는다.

 

 

[7]

 

합리가 지혜를 대신할 수 있을까? 지혜는 합리 위에 서야 마땅치 않을까? 풋풋한 십대의 나라. 추억으로 가득한 노인의 나라. 시침이 움직이는 것을 보려고 시계 바늘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어릴 적 기억.

 

 

[8]

 

가족들이 덴마역 근처 간사이테레비 건물의 키즈플라자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근처 놀이터 벤치에 앉아 책을 펼쳤다. 갈색 모자를 쓴 아이가 장난감 트럭을 열심히 밀고 다닌다. 트럭이야 어딜 향하든 바퀴가 구르는 걸 보는 재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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