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셋고. 2015.1.31 초판 1쇄.
[1]
로봇 공학자에게 로봇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그에 대한 대답이 너무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로봇이고, 무엇이 로봇이 아닌지에 대한 토론을 끝내 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새로운 상호작용 기술이 탄생하여 최전선을 흔들 것이다.
대부분의 영역이 전문가들은 경계에서, 평범한 관심만 가진 일반인들은 중심부에서 논다.
이하운이 <새빨간 논리>에서 내놓은 전문가와 일반인의 구분: “높은 산에 오르는 전문 산악인이나 논리의 깊은 동굴을 탐사하는 논리학자들의 몫은 그들에게 남겨두자. 우리는 뒷동산 약수터까지만 올라가도 충분히 행복하지 않은가? 언젠가 더 높은 산, 더 깊은 미로에 흥미를 느낄 때까지는 가벼운 마음으로 걷자.”
[2]
자연계의 모든 동물은 개별적 두뇌를 갖기 때문에 반드시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로봇의 인지 영역은 이러한 작동 방식에서 조금 더 느슨하다. 로봇들은 디지털 세계에 수월하게 접근한다. 로봇은 다른 로봇과 네트워크를 공유한다. 로봇은 결정을 내릴 때 디지털 세계에 있는 모든 정보를 참고할 수 있다. 심지어 의사결정 과정 자체조차 아웃소싱 대상이다. 로봇은 강력한 온라인 연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회로를 가볍게 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운용한다. 미래의 거리에서 우리는 로봇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인지적 관점에서 로봇을 구별하기는 어렵다. 눈앞의 로봇이 방대한 공유 경험과 지식 라이브러리로 강화된 거대한 온라인 지능의 물리적 단말기 중 하나인가 아니면 옆집의 똘똘한 꼬맹이가 만든 장난감 프로그램을 돌리는 네 바퀴 달린 컴퓨터인가?
타고난 작가들이 이런 글을 읽으면 순식간에 소설 한 편이 뚝딱 나올지도 모르겠다.
짐작컨대 미래 로봇의 핵심 키워드는 모터가 아닌 네트워크. 해서, 만화영화 속 인간형 거대로봇보다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각종의 기계장치가 로봇의 미래에 좀 더 가까운 듯.
[3]
로봇에 대한 우리의 연구는 ‘누더기 첨단’에 가깝다.
이미 로봇의 능력이 인간의 그것을 능가한 분야도 있다. 하지만 진보를 위한 모든 노력이 헛되어 보이는 분야도 있다. 우리가 나아가고 있는 길은 결코 직선거리가 아니다. 그보다는 이상한 마구간을 떠올려 주길 바란다. 인간보다 못한 면도 있고, 인간보다 나은 면도 있는 기계 생명들이 한데 모여 뒤죽박죽된 곳이다.
저자가 말하는 ‘누더기 첨단’은 세부 영역마다 진보의 수준이 들쭉날쭉하다는 의미.
그런데 ‘일이 어찌 돌아갈지 통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시행착오를 열심히 겪읍시다’는 점에서도 ‘누더기’라 할 만. 사실 많은 영역의 연구들이 이런 모습을 하고 있어서, 인간은 어찌 보면 좌충우돌 이른바 문명이란 것을 일구어 온 셈. 저자 말마따나 분야마다 진보의 수준이야 다르게 마련이라 우리는 기껏해야 ‘누더기 첨단’을 살아갈 운명.
[4]
시끄러운 웹사이트들에서 벗어나려면 단지 책상에서 일어나 떠나면 된다. 오늘날에도 별의별 스마트폰 앱이 등장하지만, 이것도 손에 쥔 휴대전화 안이라는 범위로 한정된다. 게다가 어떤 앱을 다운로드해서 쓸지는 온전히 당신의 선택이다. 하지만 미래의 로봇 창조물은 물리적으로 어디에나 있을 것이다. 길 아래 이웃이 이상한 로봇을 만들어 풀어 놓으면 다음 날 당신은 마당 텃밭에서 그것과 씨름해야만 할 수도 있다.
해서, 로봇 미래에서 개인적 견해는 단지 소통되는 걸로만 끝나지 않고 실제로 구현되어 로봇 도우미들의 혼돈과도 같은 생태계를 만들게 될 것이니, 로봇공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통해 향후에 어떤 대중적 DIY 발명 로봇들이 나올지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건데, 조금은 먼 미래.
당장은 자율주행차에 도로를 내어주는 일이 급선무. 요컨대 인간과 로봇의 공존을 시험하는 나름의 첫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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