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 2007.6.10 초판 1쇄.
[1]
평화 이야기는 추상적이고 고상할수록 더 안전합니다. 많은 정치학자, 철학자, 신학자들이 평화를 이야기하고, 그들이 쓴 책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수염을 기르고 평화에 관한 우화들을 들려주는 ‘도사’들 역시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평화를 실천하는 것은 언제나 위험한 일입니다. 입영 통지서를 받은 젊은이가 평화를 위해 살인 병기를 잡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그는 감옥으로 끌려가야 합니다. 그들을 옹호하려는 사람들 역시 자신이 쌓아 온 모든 명예를 포기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평화를 단순히 말로만 떠드는 것과 그 실천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강이 있기 때문입니다. 평화를 실천하려 했던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고난으로 가는 차표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그 현실이 두려운 사람은 평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평화를 실천하는 것은 언제나 위험한 일”이라는 문장과 “입영 통지서를 받은 젊은이가 평화를 위해 살인 병기를 잡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그는 감옥으로 끌려가야 한다”는 문장 사이에는 단순화가 빚은 실로 어마어마한 골이 있다.
종교는 대개 일상을 하찮게 여기는데, 그들이 천시하는 일상이란 것이 공동체의 헌법적 가치에 직결된다면, 그들로서는 순교의 프레임으로 해석할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쪽이 귀책의 주체인지를 판가름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분단 여부와는 무관하게 대다수 국가에서 군사조직을 유지하는 현실에서, 종교인들이 제왕보다 강력한 권한을 누리던 시절 세속적 군사조직을 철저히 해체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할 수는 있겠으나, 일상에서는 두 말할 것 없이 국가의 헌법적 가치에 복무하는 것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취해야 할 바람직한 자세다.
오늘날 전쟁과 평화라는 것이 MECE의 관계인지조차 의문이기는 한데, 어떻든, 그들이 진심으로 평화를 지향한다면 전쟁의 종식에 적극적으로 힘쓸 일이지 현실의 전쟁을 소극적으로 외면하는 것은 비겁한 처사다.
[2]
전작 <칼을 쳐서 보습을>의 개정판.
보습은 땅을 갈아 흙덩이를 일으키는 농기구의 이름.
<칼을 쳐서 보습을>이라는 제목은 성경 구절에서 따왔다는데, 보습이란 낱말을 생소해 하는 독자들이 많은 탓에, 출판사 대표가 제안한 <평화의 얼굴>로 제목을 바꿔 달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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