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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충분조건, 필요조건
명제 $p \to q$가 참일 때, 이것을 기호로 $p \implies q$와 같이 나타낸다.
이때 $p$는 $q$이기 위한 충분조건, $q$는 $p$이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한다.
최승필은 <공부머리 독서법>에서, 언어능력이란 이치에 맞게 꼼꼼하게 따져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해서 질 높은 사춘기를 보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썼다.
(p.218) 언어능력이 멘탈의 필수조건은 아닐지 몰라도 멘탈의 충분조건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앨런 소칼이 <지적 사기>에서 거듭 지적하듯이, 문예창작학과 출신인 저자는 수학용어를 애매하게 가져다 썼다.
저자는 일상어인 ‘필수 조건’을 수학용어인 충분조건과 대비시키고 있는데, 정작 수학에서 충분조건과 짝을 이루는 낱말은 필수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에 대해서 ‘어떤 명제가 성립하는 데 충분한 조건’과 ‘어떤 명제가 성립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라는 하나마나한 설명을 늘어놓고 있는데, 요컨대 충분조건이란 그 전제만으로 결론이 자명하다는 것이요, 필요조건이란 적어도 그 전제 안에서 결론이 참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일상에서, 그 조건이 전제되지 않으면 어떤 결론이 성사되기 어렵다는 뜻으로 쓰이는 ‘필수 조건’이란 낱말은 충분조건과 대비된다기보다는 오히려 충분조건의 유의어에 가깝다.
한마디로, 부족한 어휘로 문장의 밀도를 높이려다 사달이 발생한 현장. 애꿎은 수학용어를 끄집어내는 대신, 저자는 그저 ‘언어능력이 멘탈에 필수는 아닐지라도 멘탈에 도움이 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라고 썼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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