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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590.가정학

596 [조한웅] 낭만적 밥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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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2008.3.25 초판 1쇄.

 

 

[1]

 

계약을 한 후에 불이익을 당했을 때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냐고 따지는 것은 문서로 돌아가는 어른들의 세상에서 의미가 없다. 투정은 있어도 보상은 없다는 얘기다. 반드시 계약 전이다.

무슨 대단한 자연법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끼리 만든 질서가 그 모양일 뿐.

       계급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해 율령이 반포된 이래, 딱히 선조의 세계관을 바로잡을 의사나 의지 없이 그저 이러저러 살아가는 중.

 

 

[2]

 

사람이 사람을 믿으며 살아야 하는데, 어리석지 않다는 것이 사람을 믿지 않는 거라면 세상살이가 참 슬프지 않냐? 믿을 사람, 못 믿을 사람 현명하게 가려 믿으란 거지. 누가 믿지 말래냐?

현직 검사가 자신의 책을 ‘사기 공화국이다’로 시작하는 현실이, 그런 현실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는 민중의 처세가, 마음 아플 따름.

       다들 불편해 하면서도 도무지 바뀔 기미는 없는, 그런 것들이 분명 있다.

 

 

[3]

 

제목만 놓고 보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내용의 결은 사뭇 다르다. 카피라이터인 지은이의 문장이 술술 읽힌다는 점을 차치하면, 부제 그대로 ‘카페 창업 분투기’.

       도서관들도 분류가 마땅치는 않았던지, 대개는 596(공동주거용 주택 시설관리)이나, 325(경영관리)도 보이고, 818(르포르타주 및 기타)도 있고.

 

 

[4]

 

낭만의 어원은 프랑스어인 로망. 1800년대 일본에서 로맨티시즘을 낭만浪漫주의라 쓴 것이, 우리나라로 흘러든 것인데, 정작 프랑스어에서는 roman과 romance의 뜻이 사뭇 달라서, romance가 연애인 반면 roman은 비현실을 뜻한다.

       어떻든 낭만이라는 것은 자고로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샛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농담을 던지는 일이다 보니, 일상에서 접하는 두 낱말은 사실상 동의어에 가깝다.

       낭만과 결이 같은 우리말을 찾기는 쉽잖은데, 물결浪이 흩어진다漫는 낭만은 마침 그 음과 뜻이 나름 인상적이라, 음차로 지어진 낱말임에도 그리 반감이 들지 않으니, 희한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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