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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000.총류

004 [우쥔] 수학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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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서적. 2019.1.28 초판 1쇄.

 

 

[1]

 

(p.123) 현대 음성인식과 자연어 처리는 프레더릭 젤리넥(우리는 그를 ‘프레드’라고 불렀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는 체코 클라노드 지역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유대 민족의 전통을 물려받은 프레드의 부모는 어릴 때부터 자녀 교육을 중시해 프레드를 영국 칼리지에 보내 공부시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꿈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산산조각 났다. 아버지는 수용소에서 사망했고 프레드는 종일 길거리에서 놀며 학업은 뒷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 때 프레드는 초등학교 과정부터 다시 들어야 했고 성적도 전부 D로 엉망이었다. 하지만 금세 반 친구들을 따라잡았다. 그럼에도 초등학교 시절 한 번도 A를 받아본 적은 없었다.
       1946년 체코는 구소련 방식의 집권 통치를 시작했다. 과거 체제에서 혹독한 삶을 살았던 프레드의 어머니는 과감히 가족 모두와 미국 이민을 결정한다.
       미국에서 프레드 가족은 아주 가난하게 살았다. 어머니가 간식거리를 만들어 버는 돈으로 온 가족이 생계를 유지했다. 당시 십대였던 프레드는 공장에서 일을 해 번 돈을 집에 보탰다. 그러니 (아마도) 매일같이 교실이나 집에 있진 않았을 것이고 교과서를 볼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공부에 쏟은 시간은 요즘 학생들의 절반도 안 되었다. 물론 나도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 쏟은 시간이 요즘 학생의 절반도 안 된다.
       프레드와 나는 각자 소년 시절의 교육을 얘기할 때면 몇 가지 동의하는 관점이 있다. 첫째,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은 사실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다. 그들의 사회 경험, 생활력과 학창 시절에 세운 뜻이 그들의 평생을 도와줄 것이다. 둘째, 중고등학교 단계에서 또래보다 많은 시간을 들여 더 많이 공부한 내용은 대학에 진학하면 짧은 시간에 끝낼 수 있다. 대학교에 가면 이해력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에선 500시간을 들여야 배울 수 있는 내용이 대학교에선 100시간만 들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중고등학교 단계에서 쌓은 약간의 우위가 대학교에선 금방 바닥난다. 셋째, 공부(와 교육)는 평생 계속되는 과정이다. 중고등학교 때 성적이 우수한 아시아계 학생이 명문대에 들어가면 재미로 공부하는 미국 학생들보다 한참 뒤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아시아계 학생은 공부를 지속할 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넷째, 책의 내용은 일찍 배워도 되고 늦게 배워도 되지만 성장 단계는 놓치면 메울 길이 없다(따라서 영재반의 방법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재 중국의 우수한 학교에선 90%의 아이들이 그맘때 나보다 그리고 프레드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공부에 쏟고 있다. 하지만 그 아이들 중 99%는 학문으로 이룬 실적이 나나 프레드보다 못할 것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교육의 함정이다.

일상에서 펼쳐 든 책에서 보고 듣는 내용을 해당 분야 전문가나 담당자가 모를 리 없다. 공부나 교육의 목적이 변별에 있는 한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제로.

 

 

[2]

 

(p.254) 서구 언어에서 행성planet이란 단어는 ‘떠다니는 별’이란 뜻이다.

처음에는 planet에 지구가 들지 않다가 코페르니쿠스 무렵부터 들어앉았다. 낱말은 가만히 있는데 뜻이 바뀌었다는 소리. 옛 사람들이 지구도 planet인 줄 알았더라면 어떤 낱말을 고안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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