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210.비교종교학

219 [안인희]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반응형

 

웅진지식하우스. 2007.2.5 초판 1쇄.

 

 

[1]

 

북유럽 신들의 보물은 권능을 상징한다. 대부분 난쟁이 대장장이가 만든 것이다. 난쟁이들이 만든 보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토르 신의 쇠망치 묠니르다. 이것은 천둥 번개 신 토르가 못된 거인들을 때려잡을 때 주로 쓰는 무기다. 하지만 묠니르가 천둥과 번개를 상징한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따금 무시무시하게 울리는 천둥소리를 듣고 있으면, 아닌 게 아니라 힘센 신이 거인을 쓰러뜨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이해되기도 한다. 토르는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신과 비슷한 점이 있다. 하지만 제우스 신은 번개의 신이고, 토르는 천둥의 신이다. 다만 제우스 신이 토르보다 훨씬 세련된 모습이다.

다만 제우스가 토르보다 훨씬 세련된 모습이라니? 대체 세련의 기준이 뭐길래…?

 

 

[2]

 

오딘 신은 (늑대를 묶기 위해) 프라이 신의 하인인 스키르니르에게 대장장이 난쟁이들이 사는 ‘스바르트알프하임’으로 가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사슬을 만들어 오라고 명령하였다. 난쟁이들은 오딘 신을 위해, 여섯 가지 재료를 모아서 특별한 사슬 글라이프니르를 만들어주었다. 여섯 가지 재료란 고양이 발자국 소리, 여인네의 수염, 산의 뿌리, 곰의 인대, 물고기 숨격, 새의 침 등이었다. 난쟁이들은 이것들을 섞어서 아주 가는 끈을 만들었다. 이 끈은 마치 비단실처럼 매끈하고 부드럽지만 아주 튼튼해서 절대로 끊을 수 없었다. 난쟁이들이 사슬을 만드는 데 다 써버린 다음부터 산에는 뿌리가 없고, 여인네들은 수염이 없고, 고양이는 발소리를 내지 않았다.

여성의 수염과 고양이의 발소리가 사라진 경위.

       도킨스는 세상의 많은 신화와 전설이 어떤 사건이 한 번 발생하면 그 뒤로 아무런 이유 없이 같은 일이 영원히 반복되는 희한한 특징이 있다고 냉소했지만, 대자연 앞에서 불안에 떨던 태고적 인간의 소박한 상상력을 염두에 두면 그 나름대로 소소한 재미.

 

 

[3]

 

지혜의 신 오딘은 눈이 하나뿐이고, 가장 지혜로운 거인 미미르는 머리만 남았고, 민회의 신 티르는 민회에서 중요한 맹세를 할 때 들어올리는 소중한 오른손을 잃어버렸다. 북유럽의 신들은 자신의 속성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잃고 찾아 헤매는 존재이기도 하다.

북유럽 신화의 인간미.

       단군신화에서 곰은 결실을 맺고 범은 포기하는 설정처럼 북유럽 신화를 간직해 온 문명이 외세에 무릎꿇은 흔적이라는 해석이 있다.

 

 

[4]

 

이루어진 사랑은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이루지 못한 사랑은 우리 마음에 무한한 아픔과 함께 애끓는 시와 음악을 만들어내지 않던가.

이루어진 사랑이 가져다주는 행복의 수명이 그리 길잖다는 점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이 어쩌면 궁극의 승자…?

 

 

[5]

 

탄생과 성장과 젊음의 힘만을 긍정적인 것으로 여기고 늙음과 죽음을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신화에서 탄생과 죽음은 궁극적으로 대등하다.

요즘에야 영화나 게임으로 적잖이 알려졌지만, 신들의 역사가 어영부영 인간사로 이어져내리는 그리스로마 혹은 아시아 지역의 신화와는 달리 뚜렷한 엔딩이 있는 북유럽 신화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강렬한 인상이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