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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숲. 2013.2.13 초판 1쇄.
[1]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이 ‘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물질들이 ‘독성’을 나타내려면 ‘필요한 양’이 ‘필요한 장소’에 있어야 한다. 어떤 물질의 독성을 생각할 때 그 물질을 독물이냐 독물이 아니냐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양을 어떻게 섭취하면 독이 되는가?’라는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주관과 객관, 혹은 절대성과 상대성의 경계.
[2]
상품의 광고나 설명에 ‘원적외선’, ‘게르마늄’과 ‘음이온’이 나온다면 그 설명은 사이비 과학이라고 판단해도 무방할 것이다.
울퉁불퉁한 과학의 생김새. 기대와 진실의 잡동사니. 세상의 온기를 지탱하는 산타클로스가 그렇듯, 적당한 선만 지켜진다면, 일상이 애써 과학이어야만 할 것까지야.
[3]
과거의 영양학에서 식품을 산성과 알칼리성으로 나눈 이유는 식품이 몸속을 산성이나 알칼리성으로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혈액은 약알칼리성임이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혈액이 산성이 되면 몸에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식품을 태웠을 때의 재를 기준으로 산성과 알칼리성을 분류한 이유는 몸속에서도 식품의 연소와 같은 반응이 일어난다고 전제했기 때문이다.
과학의 탈을 쓴 주술. 닳아 없어진 부처님의 콧잔등.
문명이라 부를 만한 인류 역사는 이천 년 남짓. 애써 늘인대도 사천 년 언저리. 그 세월 중 과학이란 것이 제 나름의 모습을 갖춘 세월은 기껏 백 년.
[4]
시간만 충분하다면 손으로 한 알 한 알 골라낼 수 있는 것, 이것이 혼합물이다.
과학 교과서의 집필진은 어째서 이런 서술을 할 생각을 하지 않는가.
[5]
이 세상에는 너희가 일년 내내 지겹도록 보고 있으면서도 그 진짜 의미를 조금도 깨닫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많단다.
최수일은 <지금 가르치는 게 수학 맞습니까?>에서 소수의 정의를 아는 중학생의 90%가 $31 \times 37$를 소수라 답했다는 국제적 연구를 언급한다. 좀처럼 믿기지가 않아 마침 함께 있던 중학생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참말인가 보더라. 인간의 사고 체계란 참 희한한 것.
[6]
물질은 모두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는 화학 변화로는 파괴되지 않는다. 사라지는 일도 없다. 화학 변화에서는 원자가 결합하는 상대를 바꿀 뿐이다.
원자의 불멸성은 남 일이 아니다. 일상 사물이 모두 원자. 내가 곧 원자. 45억 년 전 지구로 뭉쳐 든 물질의 덩어리. 태양이 식는 마지막 날까지 조그만 행성 안에서 이리저리 결합하며 떠다닐 운명.
아, 원자가 정신없이 붕괴 중인 후쿠시마는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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