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나라. 2011.2.15 초판 1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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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지 마라. 일이 우리를 버리기 전에 우리가 일을 버리는 것은 지혜의 한 원칙이다.
2007년 경영컨설턴트 자격으로 <30대 직장생활법칙>를 썼던 마정건은 2019년 등 떠밀려 자영업자가 된 경험담을 담아 <문방구 아저씨>를 썼다. 마정건은 흙수저의 먹고나시즘을 실감나게 서술하는 솜씨가 있는데, 문득 정규직 전환과 정년보장을 주장하고 나선다. 그러나 글쎄…, 그저 먹고 살 방편으로 황혼기까지 직장생활을 버티는 인생을 과연 바람직하다 할 수 있을지.
근로소득을 보편적 소득원으로 간주하는 사회일수록 의료 기술의 대책 없는 발달로 불로의 시기가 말도 못하게 길어진 현실이 무엇을 뜻하는지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근로소득이 중단된 이후의 삶을 불로소득만으로 버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그에 맞는 사회적 합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당연히 옳다. 그런 논의에서 최대한 오랜 시간동안 근로소득의 발생을 담보하자는, 정규직 전환과 정년보장 따위가 본질적 대안이 될 리 없다. 노년을 위한 공공근로의 제공 역시 마찬가지고.
근로소득을 기대할 수 기간은 그대로인데 인생은 하염없이 길어져 황당한 마당에, 마침 과학기술마저 근로를 대체하겠다고 용을 쓰고 나선다. 해서, 근로는 어떻든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으려 애쓰겠지만, 새로운 일거리가 모든 이에게 어울릴거라 기대하는 것는 부질없는 희망이다.
생명 연장과 과학기술의 노동 대체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려면, 그런 미래가 정녕 아름다운 세상이려면, 먹고 사는 일에 대한 현재의 논의는 오히려 한층 노골적일 필요가 있다. 예외없이 길어진 노년의 대비를 위해 양적 질적으로 희귀해진 근로의 시기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변모하지 않도록, 공동체 구성원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일이 그들을 버리기 전에 그들이 일을 버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정녕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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