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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오늘. 2007.8.20 초판 1쇄.
[1]
날고 기는 현학이 아니라 어떤 권위나 선입견에도 흔들리지 않는 투명한 상식과 정신이 핵심이다.
가장 밑바탕이 되는 자세는 어떻게든 제 머리로 생각하겠다는 의지. 지식은 부풀어오르는데 지혜는 쪼그라드는 것은 제 머리로 생각하려는 의지들이 약해진 탓이다.
[2]
사람이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대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패배하는 경험을 해보아야 한다. 명료하지 못하고 주관적이어서 전달에 실패하거나 빈틈이 많아 반론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거나 자신은 옳고 멋지다 믿었지만 실제로는 매우 한심했다는 좌절을 느껴보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은 조심성을 배우고 엄밀한 준비성을 체득한다. 어떻게든 정확하고 쉽게 전달하려 애쓸 것이며 생각이나 말을 전개할 때 되돌아올 문제나 반론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게 될 것이다. 학문적 엄밀성과 예리함, 사고의 독창성과 풍부함은 여기에서부터 발생한다. 만일 이런 시행착오를 경험하지 못한다면 논리적으로 사고하거나 대화할 수 없다. 그것은 권투선수가 스파링과 실전경험 없이 혼자 하는 이미지 트레이닝과 섀도복싱만으로 챔피언이 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토론의 기본기. 청소년들이 교육을 통해 습득해야 하는 소양도 바로 이것. 오늘날의 교육은 분명 이쪽을 향한다 말하고 있는데, 학교를 나서는 청년들을 보면 결실이 어딘가 보잘것없는 듯도 싶고.
[3]
공부한 것을 토대로 창조적인 학문적 작업과 토론의 트레이닝을 거치지 않는다면, 그 공부는 평생 책을 읽으면서도 몇 페이지짜리 논고 하나 써낼 수 없는 보통의 독서광을 만들어낼 뿐이다. 그런 독서광들을 주변에서 종종 접하거니와 그들은 읽은 것을 이야기하는 건 좋아해도 그것을 써내거나 체계화해 발표할 줄은 모른다. 학계에도 자료조사만 일삼으며 논문을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입체적인 학문 능력이 없는 것이며, 그럴수록 더욱 자료만 찾고 그럴수록 학문적으로 무능해진다.
일찌기 공자가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이라 일컬었던 대목. 자료를 찾을수록 학문적으로 무능해진다니, 흥미로운 일이기는 하다.
[4]
좋든 싫든 우리는 비판 속에서 살고 그런 비판을 관대하게 수용해야 한다. 남들이 나를 비판할 수 있는 자유가 비판을 듣는 내 호오의 감정보다 절대적으로 우선하는 것이 민주사회이기 때문이다. 민주사회에서 비판을 듣지 않을 자유는 절대로 없다. 오로지 독재자만이 비판받지 않을 자유를 가진다.
비판과 비난의 세심한 구별이 먼저. 인간이란 것이 자신의 의견과 자아의 구별에 그리 능하지 않은 존재이므로.
[5]
심연을 들여다 볼 때는 조심하라.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인상적인 구절. 한편으로는 심연이 나를 들여다본다는 게 뭐 그리 대수로울까도 싶고….
[6]
부제는 ‘우리시대의 부끄러움을 말하다’.
어쩔 수 없는 뒷담화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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