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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410.수학

410 [정승제] 정승제 선생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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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퍼블리싱. 2019.3.26 초판 1쇄. 2019.4.16 초판 3쇄.

 

 

[1]

 

(p.28)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어려운 수학 문제도 보자마자 척척 풀어낼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하나가 바로 이거야. 머리가 좋거나 수학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수학 선생님 같은 사람들은 어려운 문제를 바로바로 풀 수 있다는 생각. 아마 수학 시험만 봤다 하면 만점 혹은 1등급을 받는 친구를 볼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할 거야.
       하지만 그건 명백한 착각이야. 수학 선생님도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도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면 일단 ‘어떻게 풀어야 할까’하고 고민하거든. 해설 강의를 하는 선생님들도 처음 보는 수학 문제를 보자마자 바로 풀면서 해설해주는 게 아니야. 해설 강의를 촬영하기 전에 문제를 여러 가지 풀이방법으로 생각해보고, 그것을 정리한 다음에 해설 강의를 하지.
       단순한 문제들은 바로 해법이 보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문제 앞에서는 누구나 어려움을 느껴. 특히 수능 수학 최고의 고난이도 문제, 소위 킬러문제들은 곧바로 답이 나오지 않아. 어려운 문제니까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지. 문제가 어려울수록 출제자와 문제 푸는 사람 사이의 힘겨루기가 팽팽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야.

수포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제일 먼저 알아야 할 진실. 도무지 알쏭달쏭했던 수학이 이내 술술 풀리는 게 아니다. 그러니 지레 포기하는 것도 괜한 기대를 갖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수학 문제란 문제를 만든 사람이 작정한 만큼 까다롭게 마련. 그저 그 까다로움이 잡스러움보다는 유의미함이기를 바랄 뿐이고, 알고 있는 개념들을 동원해 묵묵히 제 할 바를 다 할 따름.

       고등학교 수학 교사 출신인 김용주도 같은 말을 한다:

 

(p.51) 인문계고등학교 교무실에 가 본 적이 있는가?
       고등학교 교무실은 마치 도서관처럼 조용한 분위기로 수업이 없으신 선생님들은 업무를 처리하든지 휴식을 취하든지 교재 연구를 하든지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근데 교재 연구를 가장 열심히 많이 하는 교과목 선생님은 수학과 선생님들이다. 다들 연습장에다 쉴 사이 없이 문제를 풀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타과 선생님들이 업무를 하다가 이면지가 생기면 모아서 수학과 선생님들에게 준다. 경력이 20년, 30년이 넘는 선생님도 예외 없이 많은 문제를 풀면서 연구를 하고 있다.

- 김용주,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할 수 있을까?>

       이 대목에서 잠깐. 기계적인 문제풀이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 개념 공부다. 그렇다고 개념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조언을 개념의 이해와 문제풀이 능력이 직결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대단한 오해다.

 

(p.123) 수학적 정의나 공식과 같은 개념만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면 고등학교 수학 문제를 능숙하게 잘 풀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못하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첫 부임지로 인문계고등학교인 본교에 부임한 새내기 선생님이 있다. 필자가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새내기 선생님에게 1학년 수업만 담당하게 하여 수업 부담을 줄여 준다. 인문계는 수학 수업시수가 많기 때문에 한 반에 두 명 내지 세 명의 수학 선생님이 수업을 담당하게 된다.
       새내기 선생님은 학생에게 인기가 많다. 우선 젊고 친근감이 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새내기 선생님과 친해질 목적으로 일부러 질문을 많이 한다. 하지만 경험이 없다 보니 질문에 대한 답도 서툴고 어떤 문제는 아예 답변도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물론 본인 스스로 답변하기가 힘든 문제는 선배 선생님과 의논을 하지만 새내기 선생님에게는 가급적 질문을 삼가고 질문할 것이 있으면 필자에게 하라고 학생에게 협조를 구한다.
       자, 이 새내기 선생님이 수학 개념을 잘 모르는 분이실까? 당연히 “아니다”라고 할 것이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으로 하였고 임용고시까지 합격했으니 수학 실력을 상당히 갖추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이기에 학생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가?
       그것은 새내기 선생님이 고교수학 문제 유형을 완전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수한 수학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고교수학 문제 유형과 그 풀이 방법이 연구되어 있지 않으면 학생 질문에 즉시로 답을 해 주기 곤란하다.
       인문계 수학교사 경력이 30년 가까이 되는 필자도 처음 접하는 여러 개념이 복잡하게 얽힌 유형의 문제를 보면 한참 고민하여야 풀 수 있다.
       인터넷 수학 사이트 중에는 교사와 강사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가 있다. 이 사이트에도 질문란이 마련되어 있으며 다소 특이한 유형 문제가 올라온다. 물론 대다수 질문들은 현직교사 또는 학원 강사가 학생에게서 받은 질문 중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다. 이 문제들 중에서 상당수는 방법만 알면 금방 풀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풀이 방법을 모른다면 난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학원 강사나 수학교사가 수학 개념을 잘 모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수학 개념을 완전히 알고 있다고 해서 수학 문제를 능숙하게 풀 수는 없다. 반드시 다양한 문제 유형과 그 풀이 방법을 알고 있어야만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게 된다.

- 김용주,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에서 수학만 30년을 가르친 선생님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개념을 잘 아는 것과 문제를 푸는 능력이 별 상관없다는 점에는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교수였던 강석진도 힘을 보탠다:

 

(p.140) “뭐야? 겨우 이런 문제들을 제시간에 못 풀면 되냐? 어디 이리 줘 봐!!”
       나는 녀석이 미처 풀지 못한 문제 하나를 집어들고 짖어대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는 뻔한 거잖아? 무조건 문제를 풀려고 들지 말고 우선 생각을 먼저 하란 말이야. 그게 오히려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라니까? 잠깐이면 되잖아?”
       그런데 ‘잠깐’ 가지고는 시간이 좀 모자란 듯했다. 나는 ‘잠깐+잠깐+…+잠깐’만큼 생각을 더 하고 이리저리 그림도 그려 보고 간단한 계산도 해보았지만 좀처럼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10여 분이 흘렀다. 아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아빠, 아빠도 잘 못 풀겠어요?”
       이럴 때 “시끄러워! 조용히 해!” 이러는 선생님들을 그동안 얼마나 많이 보아왔던가. 그리고 그럴 때마다 얼마나 깊이깊이 실망했던가. 그런데 내가 바로 그 모습이라니. 그것도 아들 앞에서… 당황스러운 마음에 혼란에 빠진 나는 쓸데없이 저주를 퍼부었다.
       “뭐야, 도대체? 누가 이렇게 병적인 문제를 낸 거야?”
       (원래 실력 없는 수학자들이 자기가 잘 못 푸는 문제에 대해 이런 저주를 퍼붓는 법이다. 으윽.)
       그뒤부턴 나는 아예 작전을 달리했다. 녀석에겐 금지된 일이지만 내가 문제를 풀어줄 때는 아예 해답을 앞에 놓고 풀이를 이해한 뒤에 설명하는 것으로 방법을 바꾼 것이다. 그래도 어떤 문제들은 해답을 앞에 놓고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녀석의 실력도 천천히, 아주 천천히 향상되었다.

- 강석진, <아빠와 함께 수학을>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교수님이 설마 개념을 몰라서 문제를 못 풀었겠나.

 

 

[2]

 

(p.68) 교과서적인 풀이란 우리의 학습 목표에 맞는 가장 기본적인 풀이야. 평가원에서 출제하는 수능문제에 가장 효과적인 풀이기도 하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교과서적인 방법을 무시하는 학생들이 있어. 정석적인 풀이방식에 소홀히 하고 빨리 푸는 방법, 신기한 방법을 좋아하고 뭔가 새로운 풀이법을 찾는 친구들이지.
       하지만 이 친구들이 잘 모르는 게 있어. 이런 독특한 풀이법은 독특한 문제에만 해당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야.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본질이야. 본질을 놓친 채 문제 풀이의 지름길만 찾아다니면, 고난이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고 볼 수 있어. 물론 수학적으로만 타당하다면 문제 풀이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은 지극히 추천할 만한 행동이지. 하지만 그것도 교과서적인 풀이방법을 완전히 익힌 친구들에게 해당되는 일이야.

허울 좋은 이야기. 학교 시험을 치르고 난 학생들은 대개 시간이 부족하더라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현장의 교사는 시험 시간을 늘릴 의사도, 문제 수를 줄일 의지도 없는데, 교과서적인 풀이를 강권하다가는 괜한 피해자만 낳는다.

       정작 학생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내신이라는 것들에서 변별이 목적이랍시고 요상한 잡기술을 요구하는 마당에, 빨리 푸는 방법, 신기한 방법을 공부하느라 용을 쓰는 학생 쪽으로 탓을 돌리다니, 이 무슨 망발인지.

 

 

[3]

 

수포자가 어떻고, 공부법이 저떻고 한들, 화자만 바뀔 뿐 메시지는 대동소이. 문제도 뻔하고 해결책도 명확한데 단지 바로잡을 의사가 없을 따름.

       냄비 속 개구리가, 뭐 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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