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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360.법학

360 [차병직] 뚱딴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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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교육. 2010.10.8 초판 1쇄.

 

 

[1]

 

질서만 지키면 뭘 하는가. 질서와 함께 옳고 그름도 따져야 한다. 개미의 행렬이 자를 대고 그은 듯 일직선을 유지하면 신기할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그래야 옳은 것은 아니다. 대열을 흩뜨리고 벗어나는 개미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알고,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용서하는 태도가 옳다.

프레임. 질서를 지킬지 말지보다 무슨 질서를 왜 지킬 것인지가 본질적 물음이다. 질서에 철저히 복종한 죄로 아이히만이 교수형을 당한 지 반 세기가 지났으나, 수많은 아이히만들이 줄을 잇는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는 하나, 일상 속에서 능동적 사고가 가능한 인간은 짐작컨대 극소수.

 

 

[2]

 

페르시아의 왕 코스로스 1세는 어릴 때부터 아주 총명했대. 가정 교사와 여러 과목의 공부를 했는데 항상 스승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는구나.
       어느 날 스승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엄한 벌을 주었고, 어린 왕자는 분함과 고통을 참아 내며 벌을 받았어.
       몇 년이 지나 왕자는 드디어 왕위에 올랐어. 왕이 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뭔지 알아? 옛 스승을 불러 그때 왜 그렇게 불공정한 벌을 주었는지 해명하라고 요구했어. 잘못한 것도 없는데 벌을 받은 일이 너무 억울했기 때문이지. 스승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어.
       “어릴 적 폐하의 영리함을 보고 틀림없이 왕위에 오르실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래서 불의가 얼마나 한 사람의 가슴에 오래 남는 고통인지 보여 드리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한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부디 정당한 이유 없이 그 누구도 벌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왕자에게 벌을 줄 작정을 한 스승도 대단하고, 몇 년이 지나도록 잊혀지지 않을 정도의 벌을 왕자에게 내린 스승의 행동을 묵인한 왕도 대단하고.

 

 

[3]

 

청소년 대상의 책이랍시고 심하게 두루뭉술. 책 끄트머리의 ‘닫으며’에 변명을 열심히 늘어놓았으나, 실상 지은이의 내공이 박한 탓이다. 명확한 서술 대신 막연한 비유를 잔뜩 가져다 붙인다고 청소년용 책이 되는 게 아니다. 청소년용 책이라면 오히려 좀 더 세심히 설명해야 마땅잖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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