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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미디어. 2011.8.30 초판 1쇄.
[1]
여러분 앞에 물이 가득 담긴 컵이 있다고 해보죠. 컵에 담긴 물을 마셔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지금 이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일분 일초도 흐트러지지 않고 유지한다 해도 컵에 담긴 물을 마실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굳은 결심보다 손을 뻗어서 컵을 들고 그 안에 담긴 물을 마시는 간단한 행동이 갈증을 풀어줄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이루는 간단한 원칙. 정작 본인은 제대로 아파본 적이 없는 마당에 ‘아프니까 청춘이지’를 주장했다가 어마무시한 비난을 받았던 김난도는 <럭셔리 코리아>에 “1그램의 실천이 1톤의 이론만큼 가치가 있다”고 썼다.
[2]
타깃으로 삼은 독자가 자신이 쓴 책에 몰입하게 하려면 책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요? 8:2의 법칙에 그 해법이 있습니다. 8:2의 법칙이란 책을 쓸 때 대상 독자가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80퍼센트 정도 하고, 대상 독자가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나 생각할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이야기를 20퍼센트 정도 하는 걸 말합니다. 사람들은 에너지를 쏟은 만큼 보상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쉬운 이야기와 생각할 이야기를 섞어서 전달하면 독자가 어려워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게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파레토 법칙. 곳곳에 깃들어 있는 8 대 2의 법칙. 의도했다기보다는 ‘되돌아 보니 희한하게도 그렇더라’는 법칙.
[3]
한국어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자면 아마 ‘부사’일 겁니다. 부사가 문장 안에서 팔딱팔딱 뛰어 다녀야 합니다.
모범 사례라면 아마도 명로진의 문장. 독자로서는 딱히 나쁠 것이 없을 듯 싶으나, 김훈과 무라카미 하루키도 동의할지는 의문. 대개 본질을 압도하는 형식이 바람직하기는 쉽잖아서, 잡스러운 수식 없는 간명한 메시지가 때로는 낫다.
[4]
‘~의’를 문장에 남발하는 것은 생각을 게으르게 했다는 방증입니다. ‘~의’는 압축파일과 비슷합니다. ‘~의’라는 조사는 무척이나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의’는 읽는 사람에게 글쓴이가 품은 의도를 파악해내야 하는 부담을 주고, 글을 왜곡해서 해석할 여지를 남깁니다.
저자의 주장이 딱히 틀린 구석이 없다는 점에서 ‘の’를 즐기는 일본의 언어는 아무래도 희한한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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