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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문고. 2014.8.18 초판 1쇄.
[1]
3월 9일. 날씨 쾌청. 한밤중에 공습이 있었다. 이튿날 새벽 4시경 편기관이 불탔다.
1945년 3월 10일 도쿄대공습.
저자는 이를 두고 “다양한 형태로 후세에 인용되는 차분하면서도 생생하게 묘사한 명문”이라는 설명을 곁들인다.
일본은 도쿄대공습이나 원폭 투하가 일어난 원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인간들의 역사란, 아쉬울 것 없는 무리들이 제멋대로 재단해나가는, 그 어떤 것.
[2]
다다미 넉 장 반짜리 방 한 칸
야드파운드법을 고수하는 나라를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불쑥 든다. 이 문장도 그런 범주의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7.425제곱미터짜리 방 한 칸”보다는 분명 ‘문학적’.
[3]
수집가란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야. 99는 0과 같지. 100을 모으기 위해 인생의 전부를 거는 것이지.
번역서를 읽다 보면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표현을 가끔 만나는데, 억지스런 대구對句가 도무지 못마땅하다.
맥락에 따라서는 ‘모 아니면 도’나 ‘대박 아니면 쪽박’ 같은 표현이 더 어울릴 때도 있는데, 다만, ‘모 아니면 도’ 혹은 ‘대박 아니면 쪽박’ 같은 표현들이 all or nothing의 뉘앙스를 오롯이 옮겨낸다고 하기는 쉽잖다.
어쨌거나 지금의 문장 정도라면, ‘전부 아니면 전무’보다는 ‘모 아니면 도’라 옮겼어야 옳다.
[4]
21세기를 무대로 한 <우주소년 아톰>의 한 장면을 보자. 아톰이 초등학교 교실에서 종이로 된 교과서를 다 함께 읽고 있다. 단말기에 디지털화된 책을 읽는 장면은 아마 없었던 듯하다. 천재 데즈카 오사무마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개굴개굴.
[5]
사십 대 때는 아직 그럴 수 없었다. 오십 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이러한 심경에 다다르도록 나를 이끌었다. 이제 그리 오래 살 수는 없을 거야, 라는 생각 말이다.
오십 대가 되면서 조금 덜 고심하면서 뭔가 확 저지를 수 있게 되었다는 설명.
사소한 손익 따위에는 초탈한 느긋한 노년이란, 이 나라에서는, 아무래도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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