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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440.천문학

440 [원종우] 태양계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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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2014.7.10 초판 1쇄.

 

 

[1]

 

내가 시간적, 금전적인 여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도 그것을 허용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를 한 템포 늦추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늦춘 템포를 일이 돌아가는 속도의 기준으로 삼고 비용을 지불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일의 속도도 느려지고 돈도 더 내야 한다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사회 전체에서 공유된다면 손해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사람이 조금만 느리게 움직이면서 기다려주고,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주는 사회에서 손해만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생산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사람이다. 그는 원래 돈과 시간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변한다고 해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렇게 이룩한 ‘느린 고비용 사회’에서 ‘빠른 저비용’을 차별적 경쟁력으로 부를 창출하려는 사업가가 등장하려고 할 때 여기에 동조하는 노동자가 있으면 안 되고, 어떻게든 그런 형태를 통한 ‘저비용’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그 서비스를 거부해야 이 ‘느린 고비용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데, 공산권의 몰락이란 것이 인간들이 이런 짓을 해낸다는 게 도무지 쉽잖다는 강력한 반증이고 보면….

 

 

[2]

 

지구상에서 보는 달과 해의 크기가 똑같다는 사실은 마냥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불가사의하다. 해는 달에 비해 400배나 크지만, 이상하게도 거리 역시 400배 더 멀다. 그 결과 지구에서 보는 크기, 즉 시지름은 거의 일치한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려버리는 개기일식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동일한 겉보기 크기 덕에 인류의 심리 속에서 달은 태양과 동등한 상징적 무게를 지닌 채 밤과 음의 상징물로서 인식되었고, 그 결과 고대 동양의 음양 개념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음과 양을 서로 균형을 이루는 힘으로 인식하고 그 조화를 통해 우주 만물의 생성과 소멸을 해석하는 동양적 사고는, 우리 인류가 바위 덩어리만한 위성 둘을 거느린 화성에 살았다면 생겨날 수 없었을 것이다.

달이 인류의 심리 속에서 밤낮이 대칭과 균형을 이루는 데에 중차대한 기여를 했다는 점에야 이론의 여지가 없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짐작과는 달리, 행성의 자전 현상만으로도 음양의 개념은 자연스레 등장했을 듯.

 

 

[3]

 

구약성서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의 첫 다섯 편인데, 이를 토라 혹은 모세오경이라고 한다. 이렇게 부르는 것은 다름 아니라 이 다섯 편의 저자가 바로 모세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모세가 중요한 다섯 개의 경전을 썼다는 기술적 의미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맨 처음의 창세기와 출애굽기 두 편 안에만 천지 창조에서부터 에덴 동산에서의 추방, 소돔과 고모라, 노아의 방주, 아브라함과 이삭, 카인과 아벨, 출애굽 등이 모두 등장하기 때문이다. 즉 우주와 인간의 탄생과 원죄의 발생, 인간의 몰락, 십계명 등 유대교와 기독교 세계관의 뼈대를 이루는 주요 사건과 철학들이 토라 속에 망라되어 있다. 다시 말해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역시 토라를 기본 경전으로 삼는 이슬람교는 공히 모세라는 야심적 개인에 의해 창시된 거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그들 스스로가 믿고 섬기는 종교의 뿌리를 모를 리 없을 텐데 지들끼리 죽어라 치고박고 앉았으니, 좀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4]

 

<외계문명과 인류의 비밀>의 개정증보판.

       저자가 분명히 프로레슬링 성격의 글이라 밝혔음에도 국립도서관에서는, 짐작컨대 제목에 강력히 영향 받아, 440(천문학) 쪽으로 책을 분류했다.

       직업적 소명의식이라 불릴 만한 가치가 점차 드물어져 가는 중.

 

 

[5]

 

김어준의 추천사: “이 정도의 설득력이라면, 외계인은 존재해줘야만 하는 거다”. 그러나, 헛발질.

       인류사에 인간과 만난 흔적을 남긴 외계인들은 화성과 행성 Z에 살던, 인류와 같은 뿌리를 갖는 족속들이란 것이 원종우가 펼치는 구라의 골자. 이런 내용이란 것을 알고서도 그리 말했다면, 김어준은 ‘외계인’과 ‘우주인’의 차이를 모른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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