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410.수학

410 [김성우] 내 아이에게 수학이 스미다

반응형

봄들. 2019.8.26 초판 1쇄.

 

[1]

 

(p.143) 수능의 다양한 킬러 문항을 해마다 분석하며 내가 얻은 결론은, 초중고 교과 과정상의 어떤 영역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하와 대수로 대표되는 두 영역이 제대로 협업되어야 학생의 수학능력이 극한까지 올라갈 수 있고, 이러한 훈련을 단계적으로 한 학생만이 1%대의 정답률을 보이는 문항을 풀 수 있게 된다.

저자는 EBS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수학교육 보고서: 수학, 우리가 절망하는 몇 가지 이유”에서 2018학년도 수능 수학 가형 30번 문제를 푸는 역할을 맡았다.

       강사 한 명이 투명한 보드에 수능 30번 문제를 풀면, 곧이어 여러 강사들이 해당 풀이에 사용된 수학 개념을 꼼꼼히 찾아낸다는 설정.

       열심히 헤아려 보니 저자가 푼 30번 문제에는 초등학교 개념 26개와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다루는 개념이 각각 15개씩, 모두 56개나 되는 개념이 빼곡히 들어앉았더란다.

 

       글쎄, 수학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슬쩍 뿌듯했을지도.

       문제 하나에 오글오글 들어앉은 개념들을 보며, 수학이란 역시 계단식 학문. 해서, 국지적 지식만으로도 별 탈 없는 타 학문과는 달리, 모든 영역 모든 요소에 충실해야 비로소 해낼 수 있는 정교한 학문.

 

       그러나 ‘더 많이 더 많이’는 정작 수학의 본류가 아니라는 점에서, 오독의 위험이 분명 적잖다.

       수학의 본질은 ‘더 많이’가 아니다. 수학의 본질은 ‘더 정확히’.

       고난도라는 타이들을 똑같이 달았더라도 ‘더 많이’에 방점이 찍히는 순간, 그저 잡문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고난도 문제는 마땅히 ‘더 정확히’에 중심을 둬야.

       제대로 만들어진 고난도 문제는 다른 이들은 모르는 무언가를 묻지 않는다.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진짜, 제대로 아는지, 묻는다.

       학교수학과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이 수능 문제를 상찬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 학교 선생 몇몇이 감당해야 하는 내신 문제들이 변별을 위해 잡스러움에 기대는 반면, 전국의 수험생을 변별하는 수능이 개념의 깊이로 승부를 가른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게다가 문제은행식도 아니라, 매번 새로운 문제를 선보인다는 점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