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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410.수학

410 [니시나리 가쓰히로] 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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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페이퍼. 2019.12.1 초판

 

 

[1]

 

(p.32) “수학자가 순식간에 계산해서 답을 내놓는 사고를 하면 틀림없이 어딘가에서 실수를 하게 됩니다. 오히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신중한 사람이 수학자로서 성공합니다.”
      “수학에서 중요한 것은 계산의 신속함이 아닌 치밀함이군요.”
      “맞습니다. 수학에서는 ‘진득하게 생각하는 느린 사고’가 중요합니다.”

해묵은 진리.

       1991년에 출간된 <고교수학이란 무엇인가>에서 한병호가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고등학교 과정의 수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이해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문제 풀이에만 전념하는 입시 준비 방법이 그 원인’이라 단언한 지도, 어언 삼십 년.

       공교육은 학문으로서의 수학의 전달에는 별 관심이 없다.

       변별의 수단에 지나지 않으니, 당연한 이야기.

 

 

[2]

 

(p.51) 교과서의 순서에는 이유가 있지만, 그건 책을 만든 사람의 생각이라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이유를 알 리가 없습니다. 설명도 없이 수업이 진행되면 ‘이건 왜 하는 거야?’, ‘대체 어디를 향하는 거지?’라고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이유도 목적도 모른 채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는 기분이죠… 그 기분 잘 알아요.”

이차방정식의 근을 구하는 방법은 두 가지. 제곱근과 인수분해.

       해서, 학교 수학은 일단 제곱근과 인수분해를 먼저 소개한다. 당연히 수많은 제곱근과 인수분해 문제를 풀면서도 도무지 영문을 모를 수밖에. 교과과정으로는 중학교 3학년 1학기 중간고사의 모든 시험 범위를 영문 하나 모른 채 배우는 모양새.

       애써 순서를 뒤섞을 필요도 없이, 첫머리에 나름 중심이 되는 목적지를 소개하는 걸로 족하다.

 

 

[3]

 

(p.55) “저라면 중학교 1학년에서 3학년까지의 교과서 내용 중 5분의 4는 생략할 수 있습니다. 그 시간은 유사 문제를 푸는 데 허비하는 시간일 뿐, 솔직히 말해서 쓸데없습니다.”
      “연습문제만 줄기차게 풀리는군요.”
      “네, 그렇죠. 그런데다 터무니없는 예외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실제로 그런 예외는 수학을 매일 사용하는 저조차도 2년에 한 번 정도밖에 만나지 않습니다.” (웃음)

‘터무니없는 예외 문제’의 동의어는 ‘변별력 문제’.

       미래 세대에게 이차방정식의 풀이를 전하는 것과는 다른, 공교육의 중차대한 의도가 있다는 점은, 그야말로 명명백백.

 

 

[4]

 

(p.104) $\sqrt{\frac 52}$가 도대체 어느 정도 크기인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네? 계산기를 사용하면 되잖아요?”
      “네에? 그거 반칙 아닌가요?”
      “수학은 골치가 아플 정도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가상으로 기호를 도입해서 얼추 계산한 다음 마지막엔 전자계산기에 떠넘기면 모든 게 해결되는 세계라고요. 그러니 자꾸 반칙해주세요.”

시험에 계산기를 쓰네 마네 하는 소동보다 본질적인 이야기.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꾸고, 초등 수학의 교과목 이름을 ‘산수’에서 ‘수학’으로 고친들, $\frac 12$만 정답이고 $\frac 24$는 감점이 되는 한, 문제는 그대로.

 

 

[5]

 

(p.138) “이차방정식을 풀 때 우선 제곱근으로 풀 수 있는지 보고 다음으로 인수분해로 풀 수 있는지 확인한 후 안 될 것 같으면 최종병기인 완전제곱식을 이용해서 풀면 된다는 말이군요!”
      “일단 인수분해로 될지도 모른다고 한 가닥 희망을 걸어 보는 거지요. (웃음)”
      “이건 뭐 운에 달렸네요.”
      “정말 운입니다. 제가 수학을 다루어온 지 어언 30년으로 거의 매일 이차방정식을 사용합니다만, 이차방정식이 인수분해로 풀린 경험은 30년 동안 세 번 정도밖에 없었으니까요.”

학교수학과 현실 사이의 깊고 깊은 괴리.

       학교수학은, 인적자원의 변별 말고는, 대체 그 무슨 의미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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