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피타고라스 정리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낀 두 변의 길이의 제곱의 합은 빗변의 길이의 제곱과 같다.
이와 같은 성질을 피타고라스 정리라고 한다.
피타고라스 정리와 무리수는 거울의 양면이다.
직각이등변삼각형에서 직각을 낀 두 변의 길이를 $1$이라 하면, 빗변의 길이가 무리수인 $\sqrt {2}$가 된다. 빗변의 길이를 $1$이라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번에는 직각을 낀 두 변의 길이가 무리수다.
자연수를 만물의 근원이라 찬미하던 피타고라스 학파는 이런 수의 존재를 감내하기 어려웠다던가. 그런 까닭에 무리수의 존재를 드러낸 히파수스를 이단이라 하여 그들의 학파에서 추방하고, 일설에 따르면 물에 빠뜨려 제거했다고도 한다.
[2] 피타고라스 정리와 무리수
학교수학에서 피타고라스 정리와 무리수라는 두 가지 주제를 가르칠 때, 순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무리수를 먼저, 피타고라스 정리를 나중에 가르쳤다.
그런데 무리수 단원의 문제 중에서 수직선 위에 비스듬히 놓인 정사각형이 등장하는 유형이 말썽이었다. 이 문제를 풀려면 정사각형의 넓이를 구한 후에, 이를 통해 무리수인 정사각형의 한 변의 길이를 구해야 하는데, 비스듬히 기운 정사각형의 넓이를 계산하는 일이 은근 성가시다.
그러다 보니 정사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대신 피타고라스 정리를 써서 비스듬한 변의 길이를 곧장 계산하는 법을 슬쩍 알려주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모종의 경로로 피타고라스 정리를 미리 배운 학생은 “아, 나 이거 쉽게 구할 줄 아는데!”를 눈치 없이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교과과정이 먼저 나서서 “여기 피타고라스 정리라는 것이 있습니다”라고 알려주기 전에 피타고라스 정리를 아는 척 하거나 문제 풀이에 동원하는 행위는 모조리 반칙이요 불법이다.
흔히 선행금지법 혹은 공교육정상화법이라 불리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배우지 않은 내용을 학교수학의 문제에 제시하거나 혹은 문제풀이에 동원하는 것을 엄격히 금한다. 그래서 고등학교 문제 풀이에 로피탈 정리를 쓰면 안 되고, 피타고라스 정리를 배우기 전에 피타고라스 정리를 써서는 안 된다. 학교 시험의 문제가 교과과정의 내용을 벗어났다가는 그 즉시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
지금의 학교수학은 중학교 2학년 때 피타고라스 정리를 가르친 후, 중학교 3학년이 되면 무리수를 다룬다. 이제 무리수 단원에 등장하는 비스듬한 정사각형의 한 변의 길이는 누구나 피타고라스 정리를 써서 얼른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 순서 역시 문제는 있다. 어쩌면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가.
중학교 2학년인 학생들은 유리수만 아는 상태로 피타고라스 정리를 접하다 보니, 직각삼각형의 세 변의 길이가 단정한 자연수인 피타고라스 삼조일 때야 괜찮지만, 빗변의 길이가 무리수인 모든 직각삼각형이 폭탄이 된다. 게다가 직각을 낀 두 변의 길이로 빗변의 길이를 구하는 과정은, 약속된 교과과정을 한참 앞선, 이차방정식의 풀이를 구조적으로 내포한다는 아픔이 있다. (그러니, 초등학교 6학년 문제집에 실려 있는, 원의 넓이를 알려줄 터이니 이를 이용하여 반지름을 구해 보라는 문제는,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은 것이다.)
혹시 지금의 교육 과정은 유리수만 아는 상태에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살피다가 스스로 무리수의 존재를 깨닫는 히파수스의 후예들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걸까?
[3] 세 부류
고대 문명은 제각기 직각삼각형의 세 변 사이에 존재하는 특수한 관계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흔적을 남겼다. 그런 와중에 기원전 500년 전후의 시기를 살았던 피타고라스가 모든 직각삼각형의 세 변 사이에 놀라운 질서가 있다는 점을 밝혔다고 한다.
피타고라스는 이 질서를 발견하고는 감격에 겨워 소 백 마리를 신전에 바쳤다는데, 피타고라스 정리를 처음 접했을 때 피타고라스와 비슷한 느끼는 학생은 얼마나 될지.
그런 감동을 느낀 학생이라면 분명 훌륭한 수학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대개 이 놀라운 등식을 스스로의 방식으로 증명하려 애쓰고, 그런 노력이 모여 이제 처음 증명된 지 2500년 정도 지난 이 정리를 증명하는 방법은 천 가지를 헤아린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학자라 부른다.
그러나 대개는 ‘네, 그런가 보죠’ 하고 만다.
학창시절의 어느 날 별다른 기대 없이 등교를 하고, 무심히 피타고라스 정리를 배운다. 시험이 다가오면 문제를 푸는 연습을 좀 하고서, 기억을 더듬어 문제를 푼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잊는다.
영리한 수험생이라면 제 3의 길을 찾아야 한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배운 그 날, ‘앞으로 직각삼각형에서 세 변의 길이를 모두 알려주는 일은 없겠구나’ 눈치채야 한다. 어쩌면 이제부터 출제자는 직각삼각형 자체를 숨기려 들지도 모른다.
그러니 문제를 풀다가 마침 어떤 선분의 길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혹시 숨겨진 직각삼각형의 일부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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