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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020.문헌정보학

029 [김무곤] 종이책 읽기를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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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숲. 2011.10.28 초판 1쇄.

 

 

[1]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이 물음이 오래도록 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므로 고민은 깊어지고 길어졌습니다. 그 물음에 스스로 대답해야 하기에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 쓴 이유치고는 참 볼품없다.

 

 

[2]

 

독서인이 모두 곧 교양인이요, 인격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은 환상이다.

       율곡은 <격몽요결> ‘독서장’에 “글을 읽는 자는 반드시 단정하게 손을 마주 잡고 반듯하게 앉아서 공손히 책을 펴놓고 마음을 오로지하고 뜻을 모아 정밀하게 생각하고 오래 읽어 그 행할 일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대체로 글을 읽는 데는 반드시 한 가지 책을 읽어서 그 의리와 뜻을 모두 깨달아 모두 통달하고 의심이 없이 된 연후에라야 비로소 다른 책을 읽을 것이고, 여러 가지 책을 탐내서 이것저것을 얻으려고 바쁘고 분주하게 섭렵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그 시절에는 “한 권의 책을 쓰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뻔뻔함이다” 같은 문장으로 시작되는 책이 드물던 탓이다. 한마디로 활자화의 대상이 변하고 있는 것.

       율곡이 현대에 다시 태어난대도 “SNS을 읽는 자는 반드시 단정하게 손을 마주 잡고 반듯하게 앉아서 공손히 스마트폰을 놓고 마음을 오로지하고 뜻을 모아 정밀하게 생각하고 오래 읽어 그 행할 일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대체로 트윗을 읽는 데는 반드시 한 가지 트윗을 읽어서 그 의리와 뜻을 모두 깨달아 모두 통달하고 의심이 없이 된 연후에라야 비로소 다른 트윗을 읽을 것이고, 여러 가지 트윗을 탐내서 이것저것을 얻으려고 바쁘고 분주하게 섭렵해서는 안 된다”고 할 리야 만무.

 

 

[3]

 

자기 자신의 사상을 가지고 싶지 않다면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은 틈날 때마다 책을 읽는 일이다. 책에서 얻은 다른 사람의 사상은 타인이 먹고 버린 쓰레기다. 타인이 입다 버린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대단한 독설의 주인공은 쇼펜하우어.

 

 

[4]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좋은 친구가 되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듯이,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책도 존재하지 않는다.

책을 추천한다는 짓의 부질없음이야 책 좀 읽는다는 사람 치고 모르는 자가 없다. 책이 주는 감흥이라는 것이 그저 때와 환경과 감정의 궁합의 소산인지라 누군가는 감탄을 연발하던 책이 누군가에게는 고역의 연속이기도 하고, 심지어 분명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책을 세월이 지나 다시 펼쳐 들었다가 실망하는 경우마저 있는 것이다.

 

 

[5]

 

요즘 학생들은 공부하는 양이 엄청나다. 그러나 그 많은 공부를 한 학생들에게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제 힘으로 스스로 대답하는 사람은 적다. 사색하여 얻은 성찰적 지식이 아니라 ‘빌려온’ 지식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손가락을 보고 짖는 모양새. 학생들이 저자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것은 공부의 목적인 시험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학생들에게 그런 질문을 던진 저자가 실상 뜬금없는 짓을 한 것.

 

 

[6]

 

어느 해 늦여름 나는 사과나무 아래에 앉아서 바이런을 읽었다. 그라벤슈타이너 사과나무로 우리 집 과수원에서 가장 일찍 열리는 종류였다.

내가 이름을 댈 수 있는 나무라고 해야 한 손으로 꼽을 정도. 산은 많으나 숲이 없는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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