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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2014.2.24 초판 1쇄.
[1]
포스베리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하고 피땀 흘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스스로 실망하고 있었지요. 포스베리의 생각에는 훈련량을 더 늘린다고 해서 기록이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는 남과 똑같이 해서는 기록을 경신할 수 없을 것임을 직감하고 새로운 높이뛰기 기술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두 번째 문장이 역사를 만드는 분기점.
[2]
십자 못 나사못은 고속으로 회전을 해도 잘 빠지지 않을 정도로 드라이버와 나사못의 접합력이 탁월해 자동화나 기계화에 적합했던 것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나사못 중에 십자 못 나사못이 탁월했던 이유. 그저 일자 모양의 홈이 쉽게 무뎌지는 걸 보완했던 게 전부가 아니다.
[3]
세렌디피티는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인류 문명사를 보면 수많은 결정적 발견과 발명이 이 세렌디피티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세렌디피티. 의미가 슬쩍 바뀌어 connectivity와 data와 computing power를 손에 쥔 ICT 플레이어라면 호시탐탐 눈독들이는 키워드 중 하나.
[4]
은행이 고객의 돈을 끌어모으고 싶다면, 고객이 손쉽게 돈을 찾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TM의 역발상. 역지사지의 성공사례.
[5]
집단 지성은 신속성, 정확성보다는 다수의 참여에 의해 가치중립적인 의견이 모아지는 데 더 큰 장점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이론적 미덕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요지경. 중우정치에 대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식견을 인정하기는, 참말이지, 싫건만.
[6]
옛날에 명화로 일컬어지던 그림이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밥을 떠먹이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림을 보는 사람들마다 할아버지가 숟가락을 들고 아이에게 밥을 먹이려는 모습이 살아 있는 듯 생생하다며 칭송했다고 합니다. 입소문이 나자 세종대왕도 이 그림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신하들이 수소문을 해서 세종대왕에게 그림을 가져다 바쳤지요. 그런데 이 그림을 본 세종대왕은 실망하며 말했습니다.
“이 그림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밥을 떠먹이는 모습을 직접 보고 그린 그림은 아닌 것 같군. 별로 사실적이지도 않고, 생생할 것도 없어 보이는구나.”
곁에서 이 말을 들은 신하들이 의아해하며 세종대왕에게 물었습니다.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칭찬 일색인 그림이거늘, 어찌 해 그리 안 좋다 말씀하시나이까?”
“이 그림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사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그림이 비록 좋지만 무릇 어른이 어린아이에게 밥을 먹일 때는 그 입이 자기도 모르게 벌어지는 법인데, 이 그림에서는 입을 다물고 있으니 사실성이 크게 떨어져서 한 말이다.”
탁월함이란 디테일에서.
탁월함에 대한 미불과 대숭의 일화는 또 다른 면에서 인상적:
송대 최고의 화가 미불은 역대 명화를 임모하는 것이 취미였다. 명망 있는 화가가 왜 남의 그림을 모사했을까. 고금 제일의 감식안을 자랑했던 그는 수장가들이 자신이 가진 작품을 얼마나 똑바로 알고 있는지 시험해보고자 했다는 것이다. 남의 소장품 하나를 빌려 미불이 이를 베낀다. 그 다음 돌려줄 때는 원화 대신 모작을 건넨다. 대부분의 수장가는 깜빡 속아 넘어갔다. 이래서 미불이 슬쩍 챙긴 작품이 천여 점에 이르렀다던가… 그런 그도 8세기 화가 대숭의 그림 앞에서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어느 날 대숭의 소 그림 한 장을 얻어 단 하룻밤에 이를 베꼈다. 제 눈에도 흠잡을 데 없는 또 하나의 원화가 탄생했다 싶었다. 다음 날 그림을 되받으러 온 수장가에게 미불은 늘 하던 대로 자신만만하게 모작을 내놓았다. 이 수장가, 돌아간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문을 박차고 들이닥쳤다.
“이런 경을 칠 사기꾼아.”
생전 처음 반격을 당한 미불은 마지못해 원화를 내놓으면서 “아니, 이 소나 저 소나 터럭 하나 다른 게 없는데 어찌 알았소”라고 했다.
수장가가 분을 삭이며 하는 말.
“대숭이 그린 이 소 눈동자를 한번 봐라. 그 속에 소를 끌고 가는 목동이 비쳐 있는 걸 못 봤지?”
난다 긴다 하던 미불도 소 눈동자에 비친 목동까지야 어찌 발견했으랴. 탄식하던 그는 찬찬히 그림을 뜯어보다 한 번 더 경악한다.
“아니, 목동 눈에도 소가 있네…”- 손철주,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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