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21세기북스. 2013.2.4 초판 1쇄.
[1]
우리나라 남자들은 왜 그렇게 자기 앞으로 끼어드는 자동차만 있으면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하는가? 그것은 자동차만이 남자들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공간이기에 ‘그 앞을 막는 자’는 절대 용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침 김정운도 ‘슈필라움’이라는 그럴듯한 낱말을 덧붙인 것만 빼면 완벽히 똑같은 주장을 펼친다:
(p.7) 그래서 자동차만 타면 절대 안 비켜주는 거다. 남자들에게 존재가 확인되는 유일한 공간은 자동차 운전석이다. 자동차 운전석만이 내 유일한 ‘슈필라움’이라는 이야기다. 내 앞의 공간을 빼앗기는 것은 ‘내 존재’가 부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렇게들 분노와 적개심에 가득 차 전전긍긍하는 거다.- 김정운,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그러나 농담과 진담의 경계와 주장과 사실의 경계는 뚜렷하면 뚜렷할수록 아무래도 좋잖겠는가.
[2]
우리가 안고 끙끙거리는 마음속 고통의 원인은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사랑을 얻지 못해 일어나는 화’로 설명할 수 있다.
행복을 주제로 인상적인 책을 엮은 서은국은 책의 말미에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 될 것이라 썼다. 본문 내내 끄덕이던 나는 그 결론 앞에서 일견 수긍하면서도 어렴풋하게나마 부족함을 느꼈는데, 고통의 원인을 사랑이라는 낱말 하나로 뭉뚱그리는 이 대목 역시 비슷한 느낌.
[3]
감정에 사로잡히는 순간이 바로 지옥이다.
저자는 감정에 사로잡히는 순간을 ‘내가 나를 놓쳐 보지 못할 때’라 규정한다. 감정은 집착의 그림자 혹은 부산물. 지구상 수많은 생명체들이 무심히 생명의 고리를 이어나가는데 인류라는 것들은 어쩌다 유독 이리 요란을 떨게 된 것인지.
[4]
마음속 짐이나 고통을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고 10년, 20년을 지낼 수는 있다. 다만 나와 내 주변 모두가 고통스러울 뿐이다.
참 복잡스런 이야기.
세상사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인 것이 문제의 시작.
[5]
소통을 위해서는 ‘내가 기필코 무언가를 해주겠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제시된 대안은 ‘대신 상대방이 마음껏 이야기를 펼칠 수 있도록 잠잠히 듣다가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필요한 순간에 말해 주는 것’이라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반응형
'책 > 180.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1 [박상곤] 상상력 발전소 (0) | 2019.10.13 |
---|---|
189 [김정운]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0) | 2019.09.17 |
181 [공규택]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발칙한 생각들 (0) | 2019.08.13 |
181 [데이비드 니븐] 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 (0) | 2019.07.17 |
180 [가나자와 사토시] 지능의 사생활 (0) | 2019.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