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땅. 2018.12.12 초판 1쇄.
[1]
(p.34) 나는 계산을 하지 않습니다. 계산은 조수가 하고 나는 수식만 세우지요. 계산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이론에 맞는 수식을 세우는 건 창의력과 사고력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수학교양서들이 거듭 우려먹는 아인슈타인의 멘션.
스마트폰이 출시된 지 십여 년. 너나없이 주머니 속에 계산을 시킬 조수 하나씩 데리고 다닌다. 해서, 이 땅의 교육이라는 것은, 무능보다는 가식.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한국 출신 수학자가 단 한 사람도 없는 걸 보면, 정작 그들부터가 학계에서는 계산을 담당한 조수 역할들을 떠맡은 모양.
계산기는 계산기를 낳고, 학자는 학자를 낳는다.
태권도 학원에서 바이올린을 배우려 든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2]
(p.41) 학교에서 치르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는 대부분이 객관식이어서 풀이 과정이 완전히 무시되거나, 서술형 문제를 출제한다 해도 풀이 과정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서술형 문제를 푼다고 해도 특별히 후한 점수를 받았다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학문이라는 것이 변별이 지상목표인 시험을 만나면 이 꼴이 난다. ‘기발한 아이디어에 대한 후한 점수’ 따위는, 가점 제도가 없는 교육 현장에서는 가당치도 않은 소리.
학교라는 것이 학생을 변별하는 것이 목적인 기관이라 냉정히 인정하고, 해서 객관식 문제들은 찍어서 맞추건 말건 정답만 맞으면 오롯이 점수를 주는 마당이니, 주관식 문제 역시 일단 답만 맞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만점을 주고, 답이 틀린 경우에 한해서 풀이를 살펴 마침 전개가 흠잡을 데 없고 그저 계산만 삐끗했을 때만 소심스런 부분점수를 주는 것이, 학교에서 학문을 익힌다는 괜한 오해를 차단하는 바람직한 자세.
[3]
(p.81) 1858년 스코틀랜드 고고학자 헨리 린드는 이집트 룩소르 시장에서 낡은 파피루스 한 장을 구입했습니다. 이 파피루스는 람세스 2세의 피라미드에서 도굴당한 것으로 무려 3500년 전에 쓰인 것이었습니다. 이 파피루스 서문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모든 사물에 대한 완전한 탐구, 모든 존재에 대한 통찰, 모든 비밀에 대한 지식을 제시하고자 이 글을 쓴다.”
린드 파피루스의 등장. 옛 물건이 3000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 치고는 어지간히 어수룩하다. 그 시절에는 세상 일이 그리들 돌아갔던 모양.
당장 이 나라에는 9세기 말에 편찬했다는 향가집 하나 전하질 않는데, 2천 년쯤 지난 후 삼대목도 저런 모습으로 불쑥 나타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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