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책. 2007.8.15 초판 1쇄.
[1]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단단히 수비된 성을 여러 방향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공격하는 것과 같다. 정면으로 돌파하여 성문을 공격해서 열고 들어간다면 내부의 저항이 매우 심할 것이다. 저항이 심하다고 해서 끝까지 정석적인 방법만을 고집하겠는가? 그럴 때 땅굴을 파고 저항 없이 성 내부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주장의 결론은, 땅꿀을 파서라도 성의 내부를 점령하고 나면 단단히 수비된 성이라도 주변의 방어들도 손쉽게 허물어트릴 수 있듯이, 수학 문제 역시 한 가지 방법으로 풀고 나면 나머지 풀이도 빠른 속도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글쎄….
문제 하나에 대해서 답지나 해설서에 여러 가지 풀이를 실을 때도 없지는 않으나, 그럴 때는 대개 각각의 풀이에 동원된 발상의 결이 사뭇 상이한 탓이다.
문제를 풀다 보면 운 좋게 여러 가지 접근이 동시에 떠오르고, 그 중 좀 더 나은 쪽을 고르는 경우가 없지야 않겠으나, 일반적으로는 한 가지 풀이가 떠오르는 게 보통. 그러니 한 가지 발상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해서 다른 발상들도 손쉽게 할 수 있으리라는 주장은 어딘가 과하다. 게다가 단단히 수비된 성 같은 문제, 이른바 ‘킬러’라 부르는 그런 문제들은, 한 가지 발상이라도 온전히 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
저자 말마따나 땅굴이 존재하는 문제라고 해도, 문제를 푸는 쪽에서 땅굴을 팠다기보다는 문제를 출제하는 쪽에서 땅굴을 숨겨둔 것이라 보는 게 타당하고 보면, 땅굴을 찾아 나서기 전에 정통의 방법으로 성을 공략하는 능력을 기르려 애쓰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다.
[2]
출제하는 쪽에서 짐작도 못한 땅굴이 존재했던, 서울시 교육청의 2019년 10월 학평 가형 17번은 흥미로운 케이스.
출제자는 미분가능성을 이용해 미지의 상수들을 추론하기를 기대했으나, 마침 문제 마지막 줄에 주어진 함숫값에 4를 곱하면, a와 b를 몰라도, 구하라는 미분계수의 값이 되는 구조여서, 이 땅굴을 발견했던 수험생들은 말 그대로 무혈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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