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카디널. 1998.5.15 초판 1쇄. 2016.9.20 3판 22쇄.
[1]
(p.13) 수학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고로서 일반인들이 볼 때 수학자는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수학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노라면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너무나도 정확하여 보통 사람들은 금방 주눅이 들어버릴 것이다. 그들은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는 법이 없다. 나는 내 질문을 받은 수학자들이 머릿속에서 질문의 요지를 분석하고 올바른 답을 찾는 동안 한참을 기다리곤 했다. 그렇게 뜸을 들인 뒤에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답은 한결같이 명료하고 정확했다.
학교수학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보여주는 대목.
시간을 제한하고 속도를 다투는 수학은, 수학이 아니다.
[2]
(p.77) 축구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23명의 사람들을 상상해 보자. (22명은 선수이고 1명은 심판이다.)
23명이 모이면, 생일이 같은 두 사람이 있을 확률이 50퍼센트를 넘는다.
낯선 두 사람이 마침 같은 날 태어났다더라는 극적인 사건에 비해 무리의 규모가 소박한 탓에, 여러 수학교양서들이 다루는 주제.
이 주제를 다루려면 일단 스무 명 이상이 모여야 하는데, 대개의 저자들은 ‘마침 파티가 열렸다 칩시다…’ 운운하며 얼렁뚱땅 넘어간다.
그런 점에서, 그라운드 위를 뛰는 23명의 무리에 주목한 저자의 관찰력은 단연 독창적.
스물세 명만 필요했던 저자는 터치 라인을 지키던 부심 2명은 슬쩍 들어냈다.
[3]
(p.75) 파스칼에게 확률이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람은 앙트안 공보라는 파리의 직업 도박사였다. 그는 주사위를 던져서 특정한 점수에 처음으로 도달하는 사람이 판돈을 따는 ‘포인트point’라는 도박 게임에 관하여 하나의 문제를 제기했다. 어느 날 공보는 친구들과 함께 포인트 게임을 벌이던 중 갑자기 급한 볼일이 생겨 게임을 도중에 중단하게 되었다. 그런데 곧바로 문제가 발생했다. 아직 임자가 나타나지 않은 판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확률론의 시초에 대해서는 다양한 버전의 서술이 있는데, 어쨌거나 드 메레가 문제를 제기하고 파스칼과 페르마가 풀이에 나섰다는 것이 공통적인 뼈대. 나머지 사정은 저자의 입맛에 따라 다양히 변주된다.
서술의 결이 뚜렷이 차이나는 사례를 들자면, 고지마 히로유키의 <세상은 수학이다> vs. 미카엘 로네의 <수학에 관한 어마어마한 이야기>.
워낙에 병약했던 파스칼은 지나친 연구 생활로 건강을 해치고 만다. 그러던 중 의사가 그에게 정신적인 작업을 중단하고 기분전환을 해보라고 권유하여 사교클럽을 드나들게 되었다. 거기서 도박사 메레와 만났고 메레가 파스칼에게 던진 질문이 확률론의 씨앗이 되었다. 참으로 역사란 어디서 어떻게 튈지 모를 일이다.- 고지마 히로유키, <세상은 수학이다>
이쪽은 사교클럽에서 파스칼과 드 메레가 극적으로 만난다는 스토리.
이 모든 일은 17세기 중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마랭 메르센이 1635년에 설립한,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의 전신인 파리 아카데미 회의에서 비롯되었다. 회의에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학자들이 토론을 벌이는 동안, 여가에 취미로 수학을 하는 앙투안 공보라는 작가가 한 문제를 총회에 회부한다.
그날 참석한 과학자들 중에서 특히 페르마와 파스칼이라는 두 프랑스 학자가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인다.- 미카엘 로네, <수학에 관한 어마어마한 이야기>
이쪽은 일상적 학술활동 중에 문제 하나가 마침 파스칼의 관심을 끌었다는 설명.
진실은, 저 멀리에.
'책 > 410.수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410 [필버트 쇼그트] 천재와 광기 (0) | 2019.10.28 |
---|---|
410 [고상욱] 수학 점수의 벽 뛰어넘기 (0) | 2019.10.23 |
410 [이재진] 즐거운 수학적 사고 (0) | 2019.10.17 |
410 [황인성] 수리귀신 (0) | 2019.10.16 |
410 [나카다 노리오] 답이 없는 문제 (0) | 2019.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