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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300.사회과학

304 [박민영] 인문학, 세상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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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사상사. 2009.10.9 초판 1쇄.

 

 

[1]

 

민주주의를 단순히 ‘다수의 선택에 의한 지배’로 규정한다면, 다수의 투표 끝에 마녀를 화형에 처하는 결정을 내린 중세의 마녀재판에 대해서도 ‘민주적’이라는 훈장을 주어야 할 것.

이안 맥클린의 <민주주의, 그 새로운 기술> 한 대목.

       해석과 정의의 혼동이 문제.

       어떤 상황을 해석하는 그럴싸한 틀을 고안하고서는, 만들어진 틀에 상황을 끼워 맞추려 애쓰는 짓은, 아무래도 어리석다.

 

 

[2]

 

역사를 기술한다는 것은 역사가가 자신의 지적 기호에 맞는 역사적 사실을 선별하고, 그 사실에 질서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것은 역사가 ‘기억의 장치’만이 아니라 ‘망각의 장치’이기도 하다는 것을 뜻한다. 역사가에 의해 선택되지 않은 사실들은 잊히며, 선택된 사실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그 의미가 강조되거나 변조된다. 역사는 ‘과거 전체’가 아니다. 역사는 과거의 단편들에 대한 해석이자 지도이며, 왜곡을 다양하게 통합한 산물이다.

‘문사철’ 중 ‘사’에 대한 기본적 주의사항.

       역사는 대개 권력의 역사. 게다가 역사가가 누구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기까지.

       편집과 선별의 메커니즘. 편집과 선별은 필연적으로 왜곡을 수반하는데, 작정된 왜곡이라면, 대개의 언론에서야 일상이겠으나, 사악이라 할 만하다.

 

교훈: 그 유명한 달과 손가락의 비유에서, 가끔은 누구의 손가락인지를 의식할 필요가 있음.

 

 

[3]

 

여론조사는 모든 사람이 의견을 갖고 있고, 모든 의견이 똑같은 무게를 갖고 있다는 그릇된 전제 위에서 출발한다.

여론조사에 응답자의 반응을 조작할 수 있는 여러 장치가 있다는 거야 상식에 속한다.

       그런 와중에, 저자 말마따나 모든 사람이 모든 공공 사안에 대해 충분한 견해를 갖출 수 있다는 것조차 픽션에 불과하고 보면, 여론이라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뜬구름.

 

 

[4]

 

걸프전이 시작되었을 때, 전쟁터로 아들을 보낸 가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군 장성들은 이런 말을 했다. “해외의 전쟁터에 나간 병사들의 사망률은 같은 기간 미국 주요 도시의 평균 사망률보다 낮습니다. 그러니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이것은 부적절한 비교였다. 미국 주요 도시의 사망률은 노인, 환자, 장애인, 갓난아기의 사망까지 다 포함한 것이었다. 그것은 아무런 질병도 없고,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이 전쟁터에 나가 죽는 것과는 애초에 비교될 수 없는 것이었다.

이 정도는 마땅히 간파할 줄 알아야 민주주의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 이런 허름한 서술에도 속아 넘어가면서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면, 나름 슬픈 일.

 

 

[5]

 

학교는 시험을 통해 성적이 낮은 청소년들을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실패자로 낙인찍는다. 청소년기는 자기존중감과 자아 개념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인데,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일상적으로 가족, 교사, 친구, 친인척 등에게 야단과 질책을 받고, 그들과 갈등하게 된다. 그것은 청소년의 자기존중감을 떨어뜨리고, 부정적인 자아 개념을 형성할 뿐 아니라,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는 데 필요한 사회적 지지의 결핍을 불러온다.

이 나라는 공정을 이유로 다시 줄 세우기의 세상으로 회귀하는 중. 몇몇 미꾸라지가 아주 제대로 분탕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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