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 2001.2.20 초판 1쇄. 2005.6.23 초판 6쇄.
[1]
수가 끝없이 계속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각각의 수마다 일일이 새로운 이름을 붙여 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 것들에, 이름을 불러주어야 비로소 꽃이 되듯, 하나하나에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주어야 비로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거시기가 되는 것이니.
딜레마랄까, 트레이드 오프랄까.
[2]
어떤 수 체계가 가장 좋은 것이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각각의 수 체계는 기억하기에 쉽다거나, 이름붙이기에 편리하다거나, 계산하기가 간편하다는 등 각자의 편리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야드파운드법과 미터법 혼용의 희생양이 되어 화성 궤도에 진입하던 중에 폭발해 버린 1999년 9월의 Mars Climate Orbiter가 생생히 증언하듯, 다만 문제는 경계에서 발생하는 바, 호환이 고려사항에 들어서는 순간, 만만찮은 사태가 된다.
[3]
0은 계산에는 꼭 필요한 존재지만, 수를 셀 때에는 제외된다. 이것은 달력의 경우, 가끔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1990년대를 19세기가 아니고 20세기라고 부르니까 말이다. 이것은 서양의 달력이 0세기부터 시작하지 않고 1세기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약속과 진리는 구별해야 한다. 선대의 결정이라 머리 조아리고 받들기 전에, 어수룩한 지혜는 냉정히 끊는 게 마땅히 옳고.
[4]
박물관의 안내인이 견학 온 어린이들에게 설명했다.
“이 화석의 나이는 6500만 살 하고도 4살이란다.”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아세요?”
“내가 4년 전에 이 곳에 처음 왔을 때 이 화석의 나이가 6500만 살이라고 들었거든.”
참값과 근사값의 주제에 대한 적당한 예시.
[5]
정확한 독립적인 양들을 다루는 수 세기나 계산과는 대조적으로, 연속적인 양을 다루는 측정에서는 어떤 측정도 정확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는 항상 정밀한 눈금들 사이에서 어림하여 판단한다. 그리고 복잡한 측정 결과가 포함된 보고서는 모두 측정의 불확실성의 범위를 나타내기 위해 ‘오차의 한계’를 표시하고 있다. 오차의 한계가 표시되지 않은 측정은 상표가 없는 상품과 같아서 그 품질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가 빠져 있는 셈이다.
해서, 수학자들은 공학자들을 일러 유리수의 세상을 산다 했던가.
[6]
<기하학 원본>에서 유클리드는 ‘점’이나 ‘선’과 같은 용어를 설명한 뒤에 양에 관한 다섯 가지 ‘공리’와 작도에 관한 다섯 가지 ‘공준’을 설명했다.
공리와 공준의 차이에 대한 간명한 설명. 그 시절 사람들이 이런 생각의 흔적을 남긴 것은, 인류 역사의 대단한 기적.
[7]
통계에서 완전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대표값은 없다.
그러니, 과한 기대 말고 참고만 하시라.
[8]
원제는 “Introducing: Mathematics”. 김영사에서 출간한 “하룻밤의 지식여행” 시리즈 제 3권.
계산기를 바라보는 토끼를 그린 표지 그림이 상징하듯 바탕 철학은, 의문의 여지 없이, ‘하룻밤’과 ‘앨리스’.
안 그래도 수박 겉핥기로 빠지기 십상인 수학사를 다룬 책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하룻밤’만큼 얕고 ‘앨리스’ 만큼 산만한데, 몇몇 주제들은 조금 더 깊게 다뤘더라면 훨씬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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