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410.수학

410 [알렉스 벨로스] 신기한 수학 나라의 알렉스

반응형

까치글방, 2011.11.15 초판 1쇄. 2011.12.15 초판 2쇄

 

 

[1]

 

(p.18) 아마존의 문두루쿠 부족은 “하나”, “둘”, 그리고 “많다”만 셀 줄 안다. 다섯까지 셀 줄 아는 문두루쿠 부족은 상대적으로 세련된 사람들이다.
       아이가 여섯 명 있는 문두루쿠 사람에게 ‘당신은 자녀가 몇 명입니까?’라고 물으면?
       “‘모릅니다’라고 대답할 겁니다. 표현이 불가능하니까요.”
       문두루쿠 사람은 첫 아이를 세고, 둘째 아이를 세고, 셋째, 넷째, 다섯째 아이까지 센 뒤, 더는 셀 수 없어 머리를 긁적이는 것이 아니다. 그에게는 아이를 센다는 생각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사실 뭔가를 센다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다.
      “문두루쿠 사람이 왜 자식의 수를 세고 싶어하겠습니까?” 공동체의 모든 어른들이 함께 아이들을 돌본다. 자신에게 속한 아이가 몇 명인지 세어보는 사람은 없다.

수 체계가 없대서 제일 큰 수를 헤아린 후에 머리를 긁적이는 게 아니다. 그저 일상의 쓸모가 없을 뿐.

       상상만으로는 짐작키 어려운 현실의 장면.

 

(p.19) 나는 남아메리카 토착 부족과 오랫동안 함께 지낸 한 브라질인 교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원주민들은 외지인들이 자꾸 그들의 자식 수를 묻는 것을 참 희한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손님들은 예의를 차리는 차원에서 묻는 것이지만, 원주민들은 몹시 수상쩍게 생각한다. 대체 아이의 수를 헤아려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든 나이를 알아내려 애쓰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외국인의 눈에는 아마 이리 보일 듯.

       마침 자녀의 수와는 달리 나이를 헤아리려면 꽤 큰 수가 필요해서, 고대의 어느 날 우연히 한반도를 찾아온 이방인은 다섯 정도까지 센 후에 머리를 긁적이기는 커녕, 놀라운 수 감각을 지닌 민족이라는 데 놀랐을지도.

 

 

[2]

 

(p.97) 1940년, 엘리사 스콧 루미스는 <피타고라스 명제>라는 책에 371가지 증명을 수집했다.

371. 피타고라스 정리의 증명법의 lower bound.

       니시나리 가쓰히로의 <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에 따르면, 이제 피타고라스 정리의 증명 방법은 1,000가지 남짓.

 

(p.182)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하는 방법은 1,000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심지어 새로운 증명 방법을 찾는 마니아들을 위한 전용 홈페이지도 있는 걸요.

- 니시나리 가쓰히로, <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

 

 

[3]

 

(p.173) 분수는 a/b의 형태로 쓰이는 수를 말하는데, 이때 a는 임의의 정수이고 b는 0을 제외한 임의의 정수이다.
       분수는 두 정수의 비와 같으므로, 유리수라고도 한다.

대학에서 수학과 철학을 공부했다는 저자는 유리수라 쓸 자리에 분수라 쓰고는 부질없는 문장을 덧댔다. KAIST 화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역자는 그런 저자의 오류를 무심히 흘려 보낸다.

       유리수와 분수를 동의어라 한다면 ‘분모의 유리화’나 ‘분모의 실수화’ 같은 표현들은 다 뭐라 말인지.

 

 

[4]

 

(p.315) 조화급수는 발산한다. 발산하는 속도가 갈수록 느려지기는 해도, 결코 멈추지 않고 달팽이처럼 굳세게 나아간다. 급수의 첫 100개 항들은 더한 값은 5를 겨우 넘는다. 15,092,688,622,113,788,323,693,563,264,538,101,449,859,497개 항들을 더한 뒤에야 간신히 100을 넘는다. 그래도 이 고집 센 달팽이는 자유를 향한 전진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가 그어놓은 어떤 선도 뛰어넘을 것이다. 언젠가는 100만에, 10억에 다다를 것이다. 그러고도 더 나아가 무한에 이를 것이다.

흥미로운 정보와 인상적인 서술의 하모니.

       대개의 수학교양서는 조화급수의 발산을 증명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주목한다. 반면 저자는 발산 그 자체에서 감동을 길어 올린다.

       조화수열의 항들은 마침 로그의 기울기. 양의 무한에서 로그의 기울기는 자명한 0. 로그는 그 0의 기울기를 오르고 올라 기어이 무한에 이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