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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출판사. 2008.4.18 초판 1쇄. 2016.7.22 개정판 2쇄.
[1]
(p.35) 양팔을 벌려 왼쪽 손끝에서 생명이 시작되고 오른쪽 손가락 끝이 현재라고 하자. 명치를 지나 오른쪽 어깨 너머까지 존재하는 생명체라곤 오직 박테리아뿐이다. 다세포의 무척추 생물은 오른쪽 팔꿈치 언저리에서 꽃피운다. 공룡들은 오른손 손바닥에서 생겨나서 마지막 손가락 마디에서 멸종한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로 위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의 모든 이야기는 손톱 너비 안에 다 들어간다. 기록되어 있는 역사로 말할 것 같으면 수메르인, 바빌로니아인, 유태인 가부장들, 파라오 왕조, 로마의 군단, 기독교 성인들, 메데스의 법률과 변하지 않는 페르시아인, 트로이와 그리스, 헬레나와 아킬레스와 죽은 아가멤논, 나폴레옹과 히틀러, 비틀즈와 빌 클린턴, 그리고 이들을 아는 모든 사람은 손톱에 줄칼을 갖다 대는 순간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이 구절에 담긴 뜻을 온 힘을 다해 곱씹는 편이 종교니 철학이니 사상이니 떠드는 것보다 온전한 삶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짐작하는 데 백배 천배 도움이 된다.
[2]
(p.19)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행운아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날 수도 없기 때문에 죽을 수도 없다. 나 대신 존재할 수 있었던 잠재적인 사람의 수는 아라비아 사막의 모래알보다 많다.
태초의 천지가 그랬던 것처럼, 한때는 철학과 과학이 한덩어리였다. 털 없는 원숭이가 제 주변의 이치를 조금씩 깨달으면서 과학은 다시 철학이 되어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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