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북스. 2019.3.11 초판 1쇄. 2019.5.3 초판 2쇄.
[1]
(p.71) 어떤 사람은 직모가, 어떤 사람은 곱슬머리가 난다. 이 차이는 모발이 자라는 모공의 형태에 달려 있다. 직모는 둥근 모공에서 난다. 곱슬머리는 타원형의 모공에서 난다. 모발이 나오는 구멍이 둥글지 않고 타원형이라 머리카락이 자라며 구부러지게 된다.
<The Giving Tree>로 유명한 셸 실버스타인은 “Wavy Hair”라는 익살스런 시를 썼다:
I thought that I had wavy hair / Until I shaved. Instead, / I find that I have straight hair / And a very wavy head.
실버스타인은 이 시를 쓰면서 작가적 상상력에 흐뭇했겠지만, 곱슬머리의 원인이 머리카락에 있는 것이 아니라 두피가 빚어낸 현상이라는 점에서, 결과적으로는 사실을 서술한 셈.
[2]
(p.178) 아이작 뉴턴은 1667년 연구를 시작해, 인류 최초로 중력을 수학으로 풀어냈다. 사과를 나무에서 떨어지게 만드는 힘이, 바로 달이 지구 주위를 돌게 만드는 힘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시간과 공간의 기하학으로 재정립했다. 질량은 주변의 시공간을 휘어지게 한다. 물체들은 이 굴곡을 따라 움직이게 되는데, 그러한 움직임을 우리는 ‘가속’이라고 부른다.
만유인력은 여전히 큰 수수께끼다. 왜 우주에 있는 두 개의 물체는 서로에게 끌릴까? 현재의 과학 지식으로 지구가 왜 중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가장 단순한 최고의 답변은, 지구는 질량을 가졌고 중력은 질량의 속성이라는 것이다.
중력 때문에 한 평생 지구 표면에 붙어 지내는 신세이면서도 인류는 아직 중력의 실체를 알지 못한다. 그 잘난 뉴턴도 그저 현상을 그럴 듯하게 설명해 내는 모델을 제시했을 뿐이다. 큰 틀에서 보면 아인슈타인 역시 별반 다를 것 없고.
하기사 인간들만 요란을 떨 뿐 다른 생명체들은 중력 따위 몰라도 잘만 살아간다.
[3]
(p.182) 우리는 오존층이 필요하다. 하늘 높은 곳에 있는 아주 얇은 막인 오존층은 해로운 자외선을 막아 준다.
1970년대, 과학자들은 오존 일부가 사라지거나 감소한 정황을 발견했다. 주된 범인은 무언가를 냉각하거나 거품세정제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한 프레온 가스였다. 대기에 살포된 이 ‘나쁜 녀석들’은 주로 소화기, 스프레이, 공장 설비, 냉장고, 에어컨, 드라이클리닝 설비를 통해 배출됐다. 프레온 가스는 낮은 고도에서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편이라서 성층권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분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성층권에 다다르면 강한 자외선에 닿아 분해되며 염소를 생성한다. 염소 원자 한 개는 수천만 개의 오존 분자를 공격하여 분해한다. 따라서 아주 적은 양의 프레온 가스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세계 각국 정부는 프레온 가스의 유해성을 알고 있다. 1970년대 초, 과학자들이 남극 대륙의 오존이 주기적으로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렸다. 1985년에는 남극 오존층에 구멍이 발견됐다. 그 후 1987년 범세계적인 운동이 일어 ‘몬트리올 의정서’라는 국제협약에 따라 프레온 가스의 생산이 제한됐다. 선진국들은 1996년까지 단계적으로 생산을 완전히 중단했다.
1996년까지 프레온 가스의 생산을 완전히 중단했다는 선진국에 자칭 G2라는 중국은 확실히 안 들어간다. 2010년 생산이 중단됐다는 프레온 가스를 중국은 지금도 매년 7000톤씩 뿜어내는 중인데, 인생사 경중을 모르니 생기는 일이다.
500만 년 전 선조가 오늘날의 인류와 모습이 크게 달랐듯, 먼 후손들도 어떻든 나름의 삶을 꾸려갈 것이다. 지구를 들쑤셔 놓은 근현대 몇 백 년 역사가 어떻게든 종지부를 찍는다 치면.
[4]
(p.259)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가 그리스 마그네시아 지역에서 자연 상태의 자석을 발견하고 기록하여 이름이 자석(마그넷)이 되었다.
지름의 원주각은 직각이라는 걸 밝힌 바로 그 탈레스. 어떤 낱말의 유래가 이리 정확한 건 대단한 일이다.
우리말로는 자석. 당연히 한자어. 요즘은 대부분 ‘자석’이라 부르지만 한때는 ‘지남철’이라 부르는 경우도 적잖았다. ‘자석’의 첫 글자인 자磁의 훈은, 어이없게도, ‘자석’. 해서, 완벽한 순환논법을 이루는데, 磁라는 글자에서 부수인 ‘돌 석’을 덜고 나면 ‘무성할 자’가 되고, 비로소 이 한자어에 ‘붙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붙는 돌’이든 ‘남쪽을 가리키는 돌’이든 당연히 누가 언제 그리 이름 붙였는지는 알 길이 없는데, 새로운 물건이 등장하더라도 그 성질이나 특징에 해당하는 한자어를 대강 이어붙이면 별 반감 없는 새 낱말이 되는, 표의문자인 한자어의 장점이자 한계.
[5]
(p.8) 나는 미국 위스콘신주 토마라는 인구 8000명의 작은 도시에 사는데, 이곳에서는 <토마 저널Tomah Journal>이라는 신문이 일주일에 두 번 발행된다.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 이 나라에서는 인구 십만 명이 넘어가는 지방도시가 죽네 마네 아우성인데, 8000명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동네 신문도 만들고 하면서 잘도 살아간다. 어릴 적 만화영화 속 고즈넉한 주택가의 꽃집 누나, 빵집 아저씨는 잘만 살던데, 당장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은 어찌 이리 고된지.
[6]
원제는 “Ask a Science Teacher”. 지역신문인 <토마 저널Tomah Journal>에 1993년부터 연재한 칼럼을 추려 책으로 냈다. 지면에 제약이 있는 칼럼에 터잡은 책은 대개 깊이에 한계가 있는데, 이 책 역시 딱 원제만큼의 잡다한 토막상식을 오글오글 들어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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