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하우스. 2012.9.10 초판 1쇄. 2017.1.25 초판 6쇄.
[1]
(p.7) 물리학은 섹스와 비슷하다. 때때로 물리학에서 유용한 것이 나오지만, 우리가 유용성 때문에 물리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문장을 첫머리에 올린 책이라면 어떻게든 한번 읽어볼 만하다.
그 내용에 동의한다는 뜻은 물론 아니고.
[2]
(p.19) 이 금관을 자네의 연구실로 가져가서 자네 마음대로 검사하게. 하지만 정말 멋진 금관이니 이 모습 이대로 보존해주길 바라네. 그리고 내일 아침에 와서, 이 금관이 정말 순금인지, 아니면 필리포스가 속임수를 썼는지 알려주게나.
이솝우화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이야기. 그 유명한 ‘유레카!’의 탄생.
이상협이 <답은 밖에 있다>에서 마침 이 이야기를 꺼낸다:
왕은 신에게 바치기 위해 새로 만든 왕관이 주문한 대로 순금으로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다른 물질이 섞였는지 궁금해하던 참이었다. 왕은 아르키메데스에게 자신의 궁금증을 풀어달라고 주문했다. 고뇌하던 그는 머리를 식힐 겸 목욕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욕조에 몸을 담갔다. “유레카!” 아르키메데스는 벌거벗은 채로 밖으로 뛰어나갔다고 전해진다.
아르키메데스의 놀라운 아이디어는 여러 원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것들을 논리적 순서로 연결해 사고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왕관을 물에 넣었을 때 넘쳐흐르는 물의 양과, 왕관 제작에 사용한 양과 동일한 순금을 물에 넣었을 때 넘쳐흐르는 물의 양은 같아야 한다는 기본 원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물질의 밀도에 대한 원리도 알고 있어야 한다. 물질의 밀도는 각각 다르므로 왕관이 순금이라면 차이가 없을 것이고, 은이 섞여 있다면 차이가 존재할 것이다. 정확한 차이를 측정하려면 넘친 물의 양을 비교하면 된다.- 이상협, <답은 밖에 있다>
오호, 그렇군! 역시 대단한 아르키메데스야!
야나기야 아키라가 살을 좀 더 보탠다:
(p.57) 아르키메데스라고 하면 목욕탕에 들어가다가 ‘비중’의 원리를 깨닫고 벌거벗은 채로 거리를 뛰어다녔다는 이야기로 널리 알려져 있지요.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는 유체 속에 있는 물체는 그 물체가 밀어내는 유체의 무게와 같은 크기의 부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금세공사에게 건넨 금의 양과 왕관에 들어간 금의 양은 같은가?’라는 왕의 의심에서 출발하여 발견되었지요. 이 원리는 물리학의 성과이지만, 아르키메데스는 미분과 적분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뉴턴, 가우스와 함께 세계 3대 수학자의 한 명으로 이름을 날릴 정도입니다.
아르키메데스는 시칠리아 섬의 시라쿠사에서 귀족 신분으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천문학자인 페이디아스로 역시 우수한 학자였지요. 아르키메데스와 친척 관계였던 시라쿠사의 왕 헤론 2세는 아르키메데스의 뛰어난 두뇌와 능력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왕관이 순금으로 만들어졌는지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지요. 헤론 왕은 금세공사가 자신을 속이고 왕관에 은을 섞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르키메데스는 그것을 어떻게 밝혀낼지 며칠 동안 고민에 빠졌습니다. 거기서 바로 그 유명한 목욕탕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지요.
부피와 무게의 비를 ‘밀도’라고 합니다. 밀도는 물질에 따라 다릅니다. 또, 어떤 물질의 밀도와 물의 밀도의 비를 ‘비중’이라고 하는데, 비중 역시 물질에 따라 다르지요. 이 사실을 깨달았다면 문제는 바로 해결됩니다. 왕관의 부피를 구하고, 그 부피에 비중을 곱하면 물질의 무게가 나오지요. 금의 부피와 무게를 한 번 재두면 금의 비중을 알 수 있습니다. 금세공사가 만들어온 왕관의 무게와 그 부피를 재고 실제로 그 부피만큼을 순금으로 만들었을 때의 왕관의 무게를 계산하여 비교해보면 왕관이 순금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지요. 부피는 물을 가득 채운 용기에 왕관을 집어넣어 넘친 물의 양을 측정하여 구합니다. 이 부피에 금의 비중을 곱하면 순금으로 만들었을 때의 무게를 알 수 있습니다. 목욕탕에서 넘치는 물을 보고 이 원리를 깨달았다니 참으로 대단한 일이지요.- 야나기야 아키라, <내가 사랑한 수학 이야기>
<청소년을 위한 최소한의 수학>의 장영민도 맞장구를 친다.
아르키메데스는 모든 사물의 부피가 같아도 무게가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서 같은 무게의 은이 같은 무게의 금보다 더 부피가 크다는 점을 이용했지. 밀려나온 물의 양을 재어보면…- 장영민, <청소년을 위한 최소한의 수학>
원로 수학자인 김용운도 한 마디 거든다.
(p.70) 자, 봐라! 흘러나온 물의 양이 다르지? 그렇지? 유레카!- 김용운, <수학의 원리 철학으로 캐다>
아르키메데스의 일화를 언급한 책은 하도 많아서, 이런 목록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기무라 슌이치는 생각이 좀 달랐다.
기원전 1세기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는 아르키메데스가 왕관을 물에 담갔을 때 넘치는 물의 부피가 같기 때문에 비중을 계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비트루비우스의 추측은 천재 아르키메데스와 어울리지 않는 맥 빠지는 것이었다.- 기무라 슌이치, <천재수학자 이렇게 풀고, 이렇게 살았다!>
아르키메데스의 일화의 출처는 로마의 기술자이자 건축가인 비트루비우스. 그의 기록에서 아르키메데스의 부력 이야기와 깨달음의 대명사인 유레카의 순간이 유래되었다. 자그만치 2000년 동안 전승된 기록.
기무라 슌이치는 이런 고전에 의문을 제기하는 불경을 저지른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작가들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무리 슌이치의 생각이 옳다.
(p.25) 순금 금관의 부피는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이게 핵심. 금이나 은의 밀도는 무슨 대단한 비밀이 아니다. 마침 비트루비우스는 히에론 2세가 왕관을 만들라고 준 순금의 무게를 정확히 기록해 뒀다. 해서, 순금 일부를 슬쩍 빼돌리고 무게만 똑같이 유지되도록 만든 왕관이 어느 정도의 물을 더 쏟아내는지 계산할 수 있는데, 드뢰서가 내린 결론은 1mm.
슌이치의 말마따나 이 정도 깨달음에 세계 3대 수학자의 맏형급인 아르키메데스가 벌거벗고 거리로 뛰쳐나가 유레카를 외쳤다면 아무래도 이상하다. 흠,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그렇다면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는 다 뭔가?
후세의 오해와는 달리 아르키메데스는 유레카의 순간을 맞이한 게 맞다. 그는 부력의 원리를 정확히 깨달았고, 그 방법을 이용해서 히에론 2세의 왕관이 순금인지 아닌지 멋지게 밝혔으니까. 다만 넘쳐흐르는 물 운운한 비트루비우스의 억측과 그런 설명을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인 후세들이 문제일 따름.
왕관에 불순물이 섞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넘쳐흐르는 물을 재는 게 아니다.
필요한 것은 양팔저울. 왕관에 쓰인 순금과 필리포스가 만든 왕관이 균형을 이루도록 양팔저울에 올린다. 그 다음 양팔저울을 물속에 담그기만 하면 OK.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에 따라, 물 밖에서는 정확히 균형을 이루던 두 물체가 혹시라도 물 속에서 균형이 무너진다면, 금세공사는 큰일이 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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