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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410.수학

410 [권승희] 카이스트 천재들의 수학공식 7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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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소리. 2002.4.15 초판 1쇄. 2003.6.20 초판 9쇄.

 

 

[1]

 

(p.35) 수학은 암기과목이다. 암기에 있어 요구되는 정확성과 분량면에서도 영어나 국사, 사회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철저한 암기과목이다.

이 책에서 가장 눈물겨운 대목.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겠다’로 시작하면 이렇게 된다. 모든 수학시험이 시간 제한이 없는 오픈 북 형태여도 이리 주장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수학은 암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외우는 대신 원리를 이해하려 애써야 한다. 공식을 외우는 대신 공식을 유도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공식이 유도되는 과정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공식이 유도되는 과정을 납득해야 한다.

 

(p.16) 종종 나는 신입생들에게 미적분학을 가르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누군가가 선택한) 콘크리트 블록 크기의 교과서를 벗어나 수업을 진행한다. 그 책의 무게는 약 3킬로그램이나 나가기 때문에 그 책이 미끄러져 발 위로 떨어지면 발가락이 부러질 정도이다. 학생들은 그 책을 힘들게 가지고 다니면서 때때로 그 책의 일부분만 읽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수업에 들어갈 때 교과서를 들고 가지 않는다. 새 분필 하나만 가지고 강의실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는 50분 동안 메모된 노트도 없이 거의 쉬지 않고 칠판에 수학에 대해 쓰면서 강의를 진행한다. 이는 대단한 재주가 아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종종 나의 암기력에 대단한 감동을 받는다. 그들은 내가 교과서를 암기한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도 이를 암기하기를 기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다. 나뿐만 아니라 내 동료들 그 누구도 머릿속에 교과서를 담지 않는다. 대신에 우리는 몇 가지 원리들만 알고 있을 뿐이다. 강의는 나일 강이 바다로 흐르듯이 이 원리들로부터 거침없이 흐르게 된다. 암기란 매우 작은 역할을 할 뿐이다. 나의 투박한 미적분한 교과서를 집어보라. 그리고 아무 페이지나 열어서 그 페이지에 있는 복잡한 공식을 가리켜 보라. 그리고 수학자를 찾아 가서, 그에게 그 공식을 외워보라고 말해보라.
       내가 예상하기에 그는 제대로 답하지 못할 것이다. 문제의 답을 자신의 머릿속에 담고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는 당신을 위에 그 공식을 “유도”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의 눈앞에서 그는 공식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써내려나가는 것을 보며 당신은 그 공식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희미하고 애매하게 보일 수 있는데, 어쩌면 그가 처음 시작을 잘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잠시 후 그 공식이 점차 나타나게 되는데, 기호 하나 하나가 교과서에 제시된 것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모습으로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수학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그 수학자에게 시간을 충분히 준다면 그는 그 교과서에 있는 모든 내용을 다시 만들어 낼 것이다. 물론 한 글자 한 글자가 그대로 정확하게 재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비슷하게 만들어 낼 것이다. (어쩌면 그 결과로써 더 좋은 책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이것이다. 수학자는 기본적인 어떤 원리들을 충분히 익힌 후에 미적분학을 통달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학문의 기초를 정확하게 받아들이고 나서 이 기초들로부터 나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도 그래야만 한다. 수학을 공부하는 방법은 기본적인 부분들을 매우 잘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고 나면 배워야 할 수학의 다른 어떤 부분도 쉽게 배울 수가 있다.
       기본 개념에 대한 정확한 학습은 더 복잡한 개념들을 배우기 위한 발판을 만들어 준다. 이것이야말로 수학자들이 수학을 배우는 방식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리고 또한 이 학문을 배우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란 것에 대해서도 나는 확신하고 있다. 사실상 이것이야말로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 제리 킹, <10개의 특강으로 끝내는 수학의 기본 원리>

 

 

[2]

 

(p.48) 수학교과서는 매우 체계적인 순서대로 단원들을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져 있다. 따라서 제일 처음 배우게 되는 집합과 명제는 수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생각의 도구와 틀을 제공한다. 이는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배우는 수학의 내용에 모두 적용될 수 있을만큼 기초 중에서도 가장 기초에 속한다.

이래서 세뇌란 게 무서운 거다. 나름 공부 좀 한다는 축에 들어서 과학고와 카이스트를 다녔다는 저자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그들은 마침 학교수학에서 집합을 제일 먼저 다루던 시절 학교를 다녔고, 해서, 그런 교과 구성이 자연스레 느껴질 뿐이다.

       요즘은 고등학교 1학년 가을학기나 되어서야 비로소 집합과 명제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지금의 수학은 ‘매우 체계적인 순서대로 단원들을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아니란 말인가.

       집합과 명제가 수학의 언어임을 부인할 생각은 없지만, 수학교과서의 단원 구성이 ‘매우 체계적’이란 평가는 주관이 과한 것. 대수와 기하가 혼란스레 교차되는 중학교 수학의 단원 구성은 분명 문제가 있다.

       단지, 수학을 전달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뿐이고, 교과 과정이란 그런 와중에 나름의 최선책을 선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3]

 

(p.8) 수학을 배우는 목적을 무시한 채, 단지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만 공부한다면 너무나 의미 없는 학창시절과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수학을 제대로 공부해서 논리적 사고력을 향상시키고 진정한 실력을 쌓게되면, 시험이야 어떻게 출제되든 잘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꿈 같은 소리.

       학교수학은 속도를 평가한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본질적으로 속도를 다투지 않는다는 점에서 학교수학과 ‘수학’은 동음이의어적 관계에 가깝다.

       게다가, 고등학교에서 30년을 수학교사로 근무한 김용주가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할 수 있을까?>에서 생생히 증언하듯, 학교수학의 문제들이란 수학적 정의나 공식을 완벽히 이해한다고 해서 능숙하게 풀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 또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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