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75)
340 [강준만] 강남 좌파 인물과사상사. 2011.7.22 초판 1쇄. [1] 우리 사회는 더 성숙해야 한다. 성숙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잘못이 있다면 처벌과 비난까지도 감수하고 반성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고, 만약 부당한 혐의와 비난을 받고 있다면 그에 맞서서 싸우는 용기 또한 필요로 한다. 개인 대 네트워크의 싸움. 이게 문제다. 한때 ‘나 하나 만이라도’ 같은 슬로건이 공감을 얻던 시절이 있었는데, 딱 거기까지. 그 뒤를 이은 ‘내 탓이오’는 공염불에 가까웠던 듯. [2] ‘나의 진보적 가치와 아이의 행복이 충돌할 때 결국 아이를 위해 양보하게 되더라’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이 지점이 ‘말 뿐인지’ 혹은 ‘삶인지’의 기준점일 것”이라 썼다. 2019년 가을의 문턱, 아이의..
330 [김규항]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알마. 2010.3.27 초판 1쇄. [1] 몇 백 년 전 유럽 사람들은 아메리카 원주민이 우리와 같은 인간인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그래도 사람을 죽이려니 일말의 양심은 있었나 보다. 그런데 결론은 같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던지 그들은 대량 학살의 길을 택했다. 아우슈비츠에서 죽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 당시 그렇게 죽어갔다. 첫째는 서구의 미개함. 둘째는 “우리와 같은”이라고 태평하게 쓰고 있는 지승호의 아둔함. 지승호가 아메리카 원주민의 후손이었다면 ‘아메리카 원주민이 우리와 같은 인간인지를’ 같은 표현은 아예 떠오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표현은 딱 그만큼 쓰레기. [2] 인생에 대단한 의미를 두고, 더 밝은 미래를 위해 늘 열심히 노력하고, 하여튼 좀 공격적으로 살아가는..
320 [최진기] 뒤죽박죽 경제상식 스마트북스. 2012.4.7 초판 1쇄. [1] 때로는 신문이 ‘무엇을 다루는가?’보다 ‘무엇을 다루지 않는가?’가 더 중요한 법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애써 의식하지 않으면 놓치는 게 당연하다. 종이 신문이 위세를 떨치던 시절, 손석춘은 을 썼다. 신문 지면을 펴보기 바란다. 독자들은 빈자리가 전혀 없음을 새삼스레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기사들을 신문 지면에 여백 한 곳 없이 배열해야 할 누군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 손석춘, 지당한 이야기지만 깨닫기는 어렵다. 분명 내 손으로 펼쳐들었는데, 혹은 내가 클릭해서 페이지를 열었는데, 그리 읽게 된 기사가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전달된 것이라고 생각기는 쉽잖다. 하물며 제목을 쓴 기자와 본문 기사를 쓴 기자가 ..
304 [김두식] 욕망해도 괜찮아 창비. 2012.5.18 초판 1쇄. [1] 르네 지라르의 말을 빌리면 “인간은 강렬하게 욕망하면서도, 무엇을 욕망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자크 라캉의 말을 덧대면 그 강렬한 욕망이란 것들조차 실상 ‘타자의 욕망’. 부질없기 짝이 없다. [2] 침팬지와 나의 유사성을 받아들이는 순간, 침팬지보다 인간에 훨씬 가까운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5천 년 사색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란 것들은 삶이 뭔지 전혀 모르는 분위기. [3] 세상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건 차가운 진실입니다. 그걸 알면 세상이 스산하게 느껴지죠. 그런데 그 진실이 주는 자유가 있습니다.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반응에 일일이 신경쓸 필요는 없으니까요. 나를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반응에 너무 ..
223 [법정]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샘터. 2002.10.22 초판 1쇄. [1] 악마가 말했다. “자녀가 있는 이는 자녀로 말미암아 기뻐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로 말미암아 기뻐한다. 사람들은 집착으로 기쁨을 삼는다. 그러니 집착할 데가 없는 사람은 기뻐할 건덕지도 없으리라.” 스승은 대답하셨다. “자녀가 있는 이는 자녀로 말미암아 근심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 때문에 걱정한다. 사람들이 집착하는 것은 마침내 근심이 된다. 집착할 것이 없는 사람은 근심할 것도 없다.” 집착. 모든 번뇌의 원흉. 집착은 마침내 근심이 된다. 집착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른다. 해결책은 간단명료. 집착을 내려놓는 것. 다만, 근심과 즐거움은 동전의 양면이라, 집착을 내려놓을 때, 인생의 즐거움도 함께 내려놓아야 한다. [2] 19세기 이전의 지식들은 진실이라기보다..
219 [신동흔] 살아 있는 우리 신화 한계레신문사. 2004.9.25 초판 1쇄. [1] 우리를 흥분시키는 건 대자연에 얽힌 놀라운 상상력이다. 이 신화에 담긴 상상은 씩씩하여 거침이 없다. 물길을 지져버리는 흑룡의 불칼, 그에 맞서 인간이 파낸 거대한 연못, 흑구름과 백구름이 맞부딪히는 한판 승부. 쓰러진 영웅을 되살려내는 여인의 가없는 눈물. 쉽게 만나기 어려운 대륙적 상상력이다. ‘백두산 천지의 탄생에 얽힌 곡절’에서 등장하는 저자의 소회. 마지막 부분의 ‘쉽게 만나기 어려운 대륙적 상상력’이란 구절이 여간 언짢은 게 아니다. 찬사를 늘어놓고 싶어 근질거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조상님들의 대단한 상상력’이라고 하는 정도로는 도무지 성에 차지를 않았던 모양. ‘대륙적 상상력’ 같은 게 실제로 따로 있기나 한지도 모르겠고, ‘대륙적 상상..
201 [스피노자의 정신] 세 명의 사기꾼 생각의나무. 2008.5.1 초판 1쇄. [1] 17세기 말 유럽, 오로지 손으로 베껴 쓴 형태로만 유통되었다는 괴문서. 저자가 누군지는 당연히 모르고. 제목이 말하는 사기꾼 셋은 모세, 예수, 마호메트. 이슬람교의 창시자의 이름으로는 마호메트라는 이름이 익숙한데, 에스키모와 이누이트처럼, 제대로 된 외래어는 아닌 모양. 6세기 중엽 태어난 이슬람교 창시자의 이름은 아부 알-카심 무함마드 빈 압드 알라 빈 압드 알-무탈리브. 해서, 무함마드가 옳은 표기라고 한다. 제목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듯이, 결론은 심플. 종교란 상상의 질환일 뿐이며, 대중을 호도하기 위한 사기술에 다름 아니다. [2] 무지가 바로 거짓에 대한 섣부른 믿음을 초래하는 것이며, 그로부터 오늘 이 시대를 지배하는 모든 오류들이 생겨났다. ..
180 [가나자와 사토시] 지능의 사생활 웅진지식하우스. 2012.10.15 초판 1쇄. [1] 뇌는 손이나 췌장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신체 부위에 지나지 않는다.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하면서 손 또는 췌장이 서서히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게 된 것처럼, 인간의 뇌가 그 기능을 수행하게 된 것도 역시 진화 때문이다. 해서, 인종에 따라 키나 체중이 다른 것처럼, 지능 역시 여느 신체 부위들과 마찬가지로 차이가 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 사회과학자들은 진화가 목에서 멈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와 달리 진화심리학자들은 진화의 힘이 인간 몸에 미친 영향에서 뇌도 예외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진화는 목에서 멈추지 않으며 그 위로도 올라간다. 별 생각 없이 펼쳐 든 책에서 일상의 진실을 만나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