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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3 [W. E. 보우먼] 럼두들 등반기 빌 브라이슨 스타일의 유우머가 한가득. 빌 브라이슨은 별다른 해명이 없지만, 아마도 이쪽이 원조.
853 [에리히 캐스트너] 에밀과 탐정들 시공주니어. 1995.5.27 초판 1쇄. 2000.3.30 개정판 1쇄. 2005.8.25 개정판 18쇄. 강소천과 에리히 캐스트너의 책을 신나게 읽으면서, 아동문학가를 꿈꾸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나이 들어 다시 읽는 그들의 책에서 그 시절의 감동을 기대한다면, 욕심이 과한 것. [1] (p.9) 절대로 이야기의 시작이 아니다. 그 누가 이런 제목으로 글을 시작하리라 작정할 수 있을까. “나는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에밀의 이야기는 나 자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나는 원래 전혀 다른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 호랑이가 무서워서 이를 덜덜 떨게 되고 게다가 대추 야자 열매들까지 달그락거리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책을 말이다.” 대단한 능청. [2] (p.67) 주머니가 비어 있다! 돈이 없어져 ..
370 [권대원] 그 많은 똑똑한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식프레임, 2015.06.15 초판 1쇄. [1] (p.34) 김대중 대통령은 교육부의 명칭을 교육인적자원개발부로 개칭함으로써 인간자본론이 자신의 교육관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었다. 그동안 익숙해진 교육부 이름을 차마 지울 수 없어 앞에 ‘교육’을 붙이고, 인간자본이라는 용어가 가져올 거부감 때문에 '인적자원'이라는 말을 사용했을 뿐, 이 부처의 실체가 결국 인간자본개발부임은 의미상 분명해 보인다. 교육을 담당하는 국가 부처의 이름이 이렇게 인간자본론의 성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완벽한 개인을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누군가는 인적자원개발부의 필요성에 동의하겠으나, 명백한 사달. 개인보다 공동체를 과하게 앞세우다 보면 이런 사고를 친다. 하기사 그런 품성이니 정..
701 [기 도이처] 그곳은 소, 와인, 바다가 모두 빨갛다 21세기북스. 2011.10.30 초판 1쇄. 원제는 “Through The Language Glass: How Words Color Our World”. 번역서의 제목은 원제와는 어딘가 결이 다르다. [1] 확인하기 매우 어려운 주제들에는 꿀단지에 파리가 모여들듯이, 알 수 없는 주제에 개똥철학자들이 모여들듯이, 엉터리 사실을 퍼뜨리는 협잡꾼, 사람들을 속이는 사기꾼 예술가, 몽상을 즐기는 괴짜들이 경찰에 붙잡힐 걱정 없이 마음 놓고 달려들어 주장을 늘어놓는다. 장점도 있겠고, 문제점도 있겠고. 이 땅은 대중들이 너무 과묵한 게 문제. 공교육이란 게 토론과 에세이를 천시하는 탓에 소신과 소신이 경합하는 장관은 도무지 드물다. 노골적이던 우민정책은 막을 내린 지 오랜데, 우민의 골은 깊고 질기다. [2]..
691 [정아람] 이세돌의 일주일 동아시아. 2016.05.04 초판 1쇄. [1] (p.45) 알파고는 감정의 동요가 없다. 알파고는 세계 최정상급 기사인 이세돌 9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수를 했다 해서 위축되거나 바둑이 좋다고 방심하지도 않는다. 육체노동자를 대체한 기계의 강점이 ‘피로를 모른다’는 것이더니, 이제 ‘감정의 동요가 없다’는 점을 앞세워 정신노동도 대체하려나 보다. 수많은 감정노동자들에게는 희소식일 수도 있겠다. [2] (p.73) 어찌됐건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정말 “흥미롭다!”라고 할 만한 일이었다. 한국의 언론인들이 이세돌의 패배에 초점을 맞출 때, 서구의 언론인들은 ‘쿨한’ 기계의 등장에 관심을 기울이더란다. 동일한 팩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단순..
900 [유시민]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푸른나무. 2010.4.30 초판 1쇄. [1] 자기의 머리로 생각하는 것, 이것이 공부의 출발점이다. 대개 ‘이해’와 ‘암기’를 대비시킨다. 그러나 본질적 공부는 ‘납득’에 있다. [2] 모든 시대의 지배적인 사상은 언제나 지배 계급의 사상이다. 당연한 이야기. 사상의 쓸모라는 것이 그들에게 한층 절박하므로. [3] 과거의 성공에 대한 도취는 일종의 교만과 우상숭배여서 반드시 재앙과 파멸을 부른다. 단순한 문장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아서, 같은 잘못이 거듭 되풀이된다. 알면서도 어찌 손 쓸 수 없는 착시 같은 것.
919 [제카리아 시친] 수메르, 혹은 신들의 고향 AK. 2009.11.25 초판 1쇄. 2010.9.2 초판 2쇄. 원제는 “The 12th Planet”. [1] (p.86) 수메르의 좁은 진흙땅에서, 정말로 갑자기 세계의 모든 고등 문명을 구성하는 단초들이 일시에 시작되었다. 그들이 문명을 일군 지 몇 천 년이 지나고서야 동쪽 반도에서는 곰과 호랑이가 인생상담을 하러 환웅을 찾아 나선다. 인류의 역사란, 참 미스테리. [2] (p.26) 크로마뇽인은 느린 진화의 과정에 비추어 대단히 급격한 발전을 이루고 있는데, 예를 들어 말을 하는 능력 같은 것은 그 이전의 유인원들과는 전혀 연관될 수 없는 것이었다. 언어는 진화의 역사에서 문자 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렵다. 가끔 스타워즈 속 선술집 같이, 제각기 언어를 가진 여러 종족이 지구에 공존한다면 세상은 ..
920 [원종우]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역사의아침. 2012.12.14 초판 1쇄. [1] 내가 시간적, 금전적인 여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도 그것을 허용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를 한 템포 늦추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늦춘 템포를 일이 돌아가는 속도의 기준으로 삼고 비용을 지불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일의 속도도 느려지고 돈도 더 내야 한다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사회 전체에서 공유된다면 손해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사람이 조금만 느리게 움직이면서 기다려주고,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주는 사회에서 손해만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생산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사람이다. 그는 원래 돈과 시간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변한다고 해도 큰 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