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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 [문유석] 쾌락독서 문학동네. 2018.12.12 초판 1쇄. 2019.12.18 초판 2쇄. [1] (p.85) 책을 잔뜩 쌓아놓고 마루를 뒹굴거리며 매미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책을 읽던, 해가 영원히 지지 않을 것만 같던 8월 여름방학의 나날들이 그립다. 누가 뭐래도 여름방학은 초등학교 6학년, 기껏해야 까까머리 중학교 1학년의 것. 구수하게 풍기던 마루 냄새, 느긋이 드리워진 발 냄새, 땡볕을 날아들던 매미들의 울음 소리. 아파트에서는 찾기 어려운 지붕 낮은 집의 아늑함. 소파와 TV는 대신할 수 없는 그 시절의 추억.
863 [알퐁스 도데] 별 비룡소. 2013.11.17 초판 1쇄. [1]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모든 것에는 끝이 있게 마련이니까. 감수성 폭발하던 시절, 교과서의 문학 작품들은 그 울림이 어찌나 크고 깊던지. 인생에 혹여 탈이라도 날까봐 제도권 교육에 밤낮 시간을 빼앗겨 “열 다섯 살, / 하면 금세 떠오르는 삼중당 문고”도 없는 청춘들은, 과연 어떤 미래를 살까.
325 [장영재] 경영학 콘서트 비즈니스북스. 2010.3.15 초판 1쇄. [1] 단순히 모두 열심히 하자는 발상으로는 성공은커녕 실패만 가속화시킨다. 뭔가 불안했던 모양인지 저자는 문장 앞에 ‘본질 파악 없이’라는 군더더기를 덧댔으나, 본질 운운 할 것 없이 ‘단순히’라는 수식어로 충분.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본질인 거야 두말하면 잔소리. 인간이 생각하는 갈대이기는 하나 생각을 한다는 게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보니 대개 깊은 사색 대신 일단 몸을 움직이는 쪽을 택하고 나서는 게 일상적 사달의 원인. 공무원을 꿈꾸는 자들이 대개 이런 심성이고, 그 대표주자는 이름하여 아이히만.
410 [정승제] 정승제 선생님이야! 이지퍼블리싱. 2019.3.26 초판 1쇄. 2019.4.16 초판 3쇄. [1] (p.28)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어려운 수학 문제도 보자마자 척척 풀어낼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하나가 바로 이거야. 머리가 좋거나 수학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수학 선생님 같은 사람들은 어려운 문제를 바로바로 풀 수 있다는 생각. 아마 수학 시험만 봤다 하면 만점 혹은 1등급을 받는 친구를 볼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할 거야. 하지만 그건 명백한 착각이야. 수학 선생님도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도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면 일단 ‘어떻게 풀어야 할까’하고 고민하거든. 해설 강의를 하는 선생님들도 처음 보는 수학 문제를 보자마자 바로 풀면서 해설해주는 게 아니야. 해설 강의를 촬영하기..
234 [A.J.제이콥스] 미친 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 세종서적. 2008.8.10 초판 1쇄. [1] 말은 신중하게, 적게, 진실만 담아서 하라. 말수를 줄였더니 만나는 사람들마다 무슨 언짢은 일이 있냐고 묻는다. 사람 바뀌면 갈 날 머잖았다는 옛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2] 나는 아이를 때리는 행위가 훈육의 수소폭탄이라 생각해 왔다. 저장고에만 있어야지 실제로 발사되어서는 안 되는 수소폭탄. 훌륭한 비유. 굳이 보태자면, 아이가 수소폭탄의 실체적 존재를 뚜렷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요즘은 저장고가 비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적잖은 듯. [3] 마이클은 거실 소파에 앉아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이고 손은 ‘물고기가 이만하더라고요’ 자세를 취했다. 문장으로 태어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아닌 상황. 누군가 거실 소파에 앉은 게 전부. [4] 유명한 불가지론 ..
591 [이케다 쿄코] 이번엔 꼭! 정리하고 말 거야 넥서스BOOKS, 2008.2.15 초판 1쇄. 깜찍한 제목에 한 번 읽어볼까 하던 책을 마침 용산도서관에서 만났다. 서가에서 뽑아드니, 아무리 일본에서 건너온 책이기로서니, 책 표지가 오른쪽에 자리잡았다. 순간 의아. 책을 펼쳐 보니, 본문은 뜻밖에도 만화책. 일본풍으로 편집된 원서의 각 컷을 하나하나 좌우를 뒤집어 편집하기는 쉽잖았던 모양이다. 말랑말랑한 만화책이 여느 책처럼 수입된 것도 의외고, 이런 책을 도서관에서 만나는 현실도 놀랍고.
005 [신현묵] 백세 코딩 프리렉, 2014.07.25 초판 1쇄. [1] (p.50) 실제 전문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것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면 다음과 같다. ‘아주 지루하고 재미없는 기계적인 반복작업의 연속’. 제목에 충실한 책이기를 기대했으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20여 년을 지낸 경험을 두루 썼다. 편집자도 그리 깐깐하게 굴지는 않았던 모양인지, 문장은 다소 산만. 제목의 취지를 살린 책으로 다시 만납시다. 참고로 소프트웨어 개발이란 요구사항의 집합을 함수와 자료구조의 집합으로 변환하는 작업.
836 [나카무라 요시후미]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 더숲. 2013.9.3 초판 1쇄. [1] 이곳에는 성실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인간다운 삶이 있다고 느꼈죠. 욕심을 부려 무리하지 않고 기죽지도 않고, 자신들이 믿는 일과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해나가며 만족하는 생활이 있었고, 그 풍요로움과 존귀함을 강하게 느꼈어요. 딱히 불편한 대목도 없는데 책을 읽는 내내 뭔가 알 수 없는 느낌이 떠나질 않는다. 무슨 영문인가 싶던 차에 생각 한 줄기가 번뜩 뇌리를 스친다. 아, 이게 가식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