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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 [라프 코스터] 라프 코스터의 재미 이론 디지털미디어리서치. 2005.10.31 초판 1쇄. [1] 나무를 노래한 시들은 나무껍질의 위엄과 나뭇잎의 섬세함, 몸통의 강건함, 그리고 나뭇가지 사이의 빈 공간이 갖는 놀라운 추상성을 아름답게 표현한다. 역자, 감수자, 편집자들 중에 ‘던’과 ‘든’의 바른 용법을 아는 사람이 없어 은근 짜증스럽던 중에 ‘몸통’이 기어이 방아쇠를 당긴다. 이 문장의 몸통은 아마도 trunk. 영어사전에서는 ‘trunk’를 ‘나무의 몸통’이라 태평스레 풀이하고 있으나, 정작 우리말 ‘몸통’에는 그런 뜻이 없다. 몸통 [명사]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서 머리, 팔, 다리, 날개, 꼬리 등 딸린 것들을 제외한 가슴과 배 부분.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trunk’에 해당하는 적확한 우리말은 ‘줄기’. 해서, ‘몸통’ 같은..
410 [이광연]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 경문사. 2010.9.1 개정판 1쇄. [1] 과학의 문제에서 천 사람의 권위는 단 한 사람의 추론만 못하다. 저명한 원로 교수가 자신의 이론을 부정하는 강연을 조용히 경청한다. 강연이 끝나자 원로 교수는 연사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감사를 전한다. 이제껏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다 시인하면서. 객석에 퍼지는 감동의 물결. 마침 객석을 지키던 도킨스는 권위가 추론에 자리를 내주는 장면에 감탄하며 손바닥이 빨개지도록 박수를 보낸다. 마음 속 싹트는 신념 하나. 권위가 추론만 못하다! 요컨대, 고행의 시작.
325 [마정건] 30대 직장생활법칙 국일미디어. 2007.7.9 초판 1쇄. [1]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이성적인 판단보다 감정이 앞서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다. 2005년 82.1%로 정점을 찍었던 대학진학률은 70%선에서 안정세를 유지 중. 대학 교육의 실태야 어떻든 간에 열 중 일곱은 ‘고등적’ 사고법을 익히는 데 청춘을 바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가 드문 세상. 일상 구석구석 감정에 호소한 날 것의 선동이 미쳐 날뛴다. 건강한 토론과 발전적 합의에 터잡은 세상을 살아가는 행운 따위는 정녕 없는 것인지.
152 [명로진] 아이돌보다 인기 있는 공자 100대 일화 삼성출판사. 2016.1.15 초판 1쇄. [1] (#26) 자로가 또 물었다. “선생님, 죽음이란 뭡니까?” 공자께서 답하셨다. “살기도 바쁜데 죽음은 알아 뭐하게?” 선진先進편. 미지생未知生 언지사焉知死. 유교도 종교라 치면 영생이 어떻고 윤회가 저떻고 하는 족속들보다 한결 낫다. 그 시절의 종교 지도자들이야말로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했어야 옳다. [2] (#27)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 가운데 정명도와 정이천 형제가 있었어. 두 사람은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놀다가 기생이 있는 술집에 가게 됐어. 형은 분위기를 깨기 싫어서 술집에 가 노래하고 춤추며 놀았지. 동생은 엄격한 사람이라 술집 앞에서 돌아서서 집으로 갔어. 다음 날, 형이 책을 읽고 있는데 동생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따졌지. ..
321 [주디스 러바인] 굿바이 쇼핑 좋은생각. 2010.4.23 초판 1쇄. [1] 1990년대 경영자들은 새로이 급증하는 임시직 노동자계급에 ‘프리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했다. 언제부턴가 PC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들린다. 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인종, 종교, 성별, 외모 등과 관련한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와 편견의 제거. 주로 하는 활동은 편향적 낱말 사용의 배제, 혹은 아리송한 새 낱말의 등장. 일반화는 오류를 수반하게 마련이나, 겉으로 드러난 면만 보면, PC는 대개 의미의 은폐 혹은 모호함의 가중에 이바지하는 듯. [2] 소비자자본주의가 하는 일이라는 것은 물건을 갖기 어려우면서도 갖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일이다. 아무래도 비문. 결국은 밥벌이의 문제. 교활한 소수와 무심한 다수가 ..
150 [강신주] 도에 딴지 걸기 - 장자 & 노자 김영사. 2006.11.20 초판 1쇄. 2014.3.11 2판 4쇄. [1] ‘여러 선생님과 백 개나 되는 학파’라는 뜻인 ‘제자백가’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겪고 있는 갈등과 살육의 시대를 어떻게 평화와 조화의 시대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고뇌가 있었다. 이름하여 춘추전국시대. 기원전 7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의 5백 년 남짓 되는 기간. 비슷한 무렵, 서쪽에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나고 죽었다. 그러고 보면 인류가 어떤 사회를 이룰지 고민한 지는 하세월인 셈. 그 이후 이천 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별반 소득은 없었던 듯싶으나.
500 [섀넌 헌트] 너도 엔지니어가 되고 싶니? 토토북. 2018.2.5 초판 1쇄. [1] (p.20) 나사에서 우주선 착륙 팀 책임자인 아담 스텔츠너는 고등학교 때 우등생은 아니었어요. 특히 기하학 과목은 재시험 끝에 낙제를 겨우 면한 수준이었죠. 그는 기하학 선생님이 다신 자신을 만나고 싶지 않아서 간신히 졸업 가능한 최저 점수를 준 걸 거라고 농담처럼 말했어요. 아담은 방과 후에는 록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어요. 하루는 합주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별 하나가 이전과 다른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이후 그는 우주에 호기심이 생겼고, 대학에서 물리학 수업을 듣게 되면서 진짜 별을 향해 날아가는 일을 시작하게 됐답니다. 이 땅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스토리.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고 나서는 자들이, 차고 ..
029 [이상민] 나이 서른에 책 3,000권을 읽어봤더니 대림북스. 2015.7.2 초판 1쇄. [1] 가장 강한 운동은 없다. 그것이 어떤 운동이든 집 가까운 곳에 있는 도장에 가서 운동을 하라. 도장 깨기로 유명한, 최영의의 조언. 일상에 깃든 진리란 아마도 이런 모습. [2] 흥미로운 제목에 펼쳐든 책. 뜻밖에, 삼천 권을 읽는대도 여전히 별 볼 일 없을 수도 있다는 처절한 증거. 작가로 먹고 살 요량으로 서른 전에 이미 열여섯 권의 책을 내고 서른이 되어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생각의 깊이나 조리가 어딘가 신통찮다. 김정운은 책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게 아니라 일찌감치 천명했는데, 미련한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끝까지 읽었다. 당연히 김정운의 조언을 귀담아 듣는 게 옳았고. 어느 현자가 독자 리뷰에 남긴 글귀가 인상 깊다: “삼천 권 더 읽고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