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 [한형조] 붓다의 치명적 농담
문학동네. 2011.3.10 초판 1쇄. [1] 원고를 만지던 중 장모님이 돌아가셨다. 부처님처럼, 기쁜 일은 적고, 슬프고 억울한 일이 많은 세상을 묵묵히 견디며, 지상에서 해야 할 일을 완성하고 가셨다. 문득, 서방정토, 그 편안 쾌적한 곳에서, 돋보기를 꺼내들고, 앉아, 반쯤 몸을 기울인 평소의 자세대로, 이 책을 읽고 계신 모습이 언뜻 떠올랐다 사라졌다. 아내의 그리움과 기억만으로도 장모님은 극락에 왕생해 계시다. 틀림없다. ‘아내의 그리움과 기억만으로도 장모님은 극락에 왕생해 계시다’는 대목은 스와힐리어 ‘사사’와 ‘자마니’의 개념 체계를 사뭇 닮았다. 파랑새 이야기에서도 얼핏 본 듯. 사람 생각이란 게 다들 어슷비슷. [2] 경전은 진실의 그림자, 즉 경험을 지시해주기는 하나, 정작 그 경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