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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에르베 켐프] 지구를 구하려면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라! 서해문집. 2012.12.30 초판 1쇄. [1] 우리는 존재가 망가지는 것도 모른 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소유의 산을 쌓아 올렸다. 문자와 기록술의 발명으로 지혜라는 것이 어떻든 발견되고 나면 좀체 사라지지 않는다. 해서, 지혜라는 것들은 이제 발끝에 채일 만큼 널리고 널렸는데, 그런 지혜들이 내놓은 결론이 자본주의라니, 터무니없다. 인간 지성의 보잘것없음이란. 피투되었음에도 존재를 갈구하는 인간의 속성은 존재를 위한 소유에서만큼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지고지순의 절대선이라 결론 내린 상황. 만 년을 쌓아 올린 인류 문명의 미래는 바벨의 운명과 그리 다르지 않을 듯. 현생 인류가 사라진 지구에는 또 다른 사유하는 생명체가 출현해 하찮은 소동을 되풀이하려나.
410 [조안호] 개념의 신 행복한나무. 2018.1.23 초판 1쇄. [1] (p.78) 보통 수 세기가 교과과정에는 없으니 일부 선생님들이 뒤의 수에서 앞의 수를 빼고 1을 더하니 빼니 하는 형태로 가르치는데 아이들은 대부분 이해를 못한 채 외우게 된다. 헷갈리는 채 놔두는 것은 아예 안 가르치는 것만도 못하다. (p.77) 무엇인가를 헤아리려면 반드시 1, 2, 3, …으로 출발해야 되고 마지막 수가 총 개수가 된다. 만약 1, 2, 3, …으로 출발하지 않으면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자연수의 본질에 기댄, 정수의 개수를 세는 탁월한 방법. 확장해 보면 수열의 일반항에 닿아 있는 발상. [2] (p.292) 아이들이 수학을 쉽다고 느끼게 만드는 방법은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유일하다. 정책입안자들은 수학을 어떻게 하면 제..
199 [김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 쌤앤파커스. 2010.12.24 초판 1쇄. [1] 어떤 직업이라도 좋으니 안정적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상은, 사실 매우 소비중심적인 사고다. 오늘의 세상에서 마음껏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높은 소득을 올려야 한다. 또한 일 이외의 여유를 가질 수 있으려면 안정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양질의 소비를 위해서는 고소득과 안정성이 중요하다. 나도 인정한다. 소비의 질이 삶의 질로 연결되는 현실에서, 소비는 중요하다. 당연한 이야기다. 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인할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은, 소비의 질이 곧 삶의 질과 ‘등식’을 이루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 말마따나 소비의 질은 분명 곧 삶의 질과 등식을 이루지는 않는다. 다만, 작금의 작태를 보면, 이런 진실이 어떤 깨달음 혹은 통찰로 이어..
818 [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웅진지식하우스. 2018.4.16 초판 1쇄. 2018.6.12 초판 6쇄. [1] (p.4) 괴테가 그랬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책의 첫 문장. 자기계발서의 뻔한 도입부. 에세이를 가장한 처세서. [2] (p.174) 공부는 좋은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이 오직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교육을 한다는 데 있다. 좋은 대학을 왜 가야 하냐고? 그래야 좋은 직장에 갈 수 있다고 하니까. 20년간의 공부와 스펙은 오로지 입사를 위한 것이다. 회사 밖에선 별로 쓸모가 없다. 이 나라 교육 문제는 모르는 이 하나 없다. 그럼에도 지긋지긋하게 바뀌지 않는 것은 결국 먹고사니즘에 대한 뾰족한 대안이 딱히 없는 탓. 각자도생. 백마 탄 초인 따위 등장할 리 만무. 교육을 우습게 여기는 ..
410 [김용운] 재미있는 수학여행 3. 기하의 세계 김영사, 2007.01.25 초판 1쇄. [1] 두 도형이 있을 때, 일정한 방향으로 그은 직선이 이 두 도형에 의해서 끊기는 부분의 길이가 같으면, 두 도형의 넓이는 같다. 이름하여 카발리에리의 원리. 카드를 직육면체가 되도록 쌓은 후 손가락으로 살짝 기울인다. 모양은 바뀌었어도 옆면의 넓이는 처음의 넓이와 완벽히 같다. 봉투와 넓이가 같은 종이를 봉투에 넣고, 봉투의 한쪽 끝을 들쭉날쭉하게 찢어낸다. 이때 속에 든 종이도 울퉁불퉁하게 찢겨 나가는데, 그리고 나서 종이를 밀어내면, 울퉁불퉁한 모양새로 밀려 나온 넓이와 봉투 안쪽의 매끈한 직사각형은 서로 넓이가 같다. 착시를 뛰어넘는 놀라운 이론의 힘. [2] 정육면체의 중심에서 각 꼭지점으로 선분을 그어, 합동인 사각뿔 여섯 개로 나눌 수 있다. 각뿔..
310 [니시우치 히로무]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통계의 힘 비전코리아. 2013.7.30 초판 1쇄. [1] 최선의 답은 이미 여러분 주변에 있는 데이터 속에 잠들어 있다. 만약 그곳에 없다면 필요한 데이터가 아직 다 모이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 최강이자 매력적인 학문의 힘을 얻기 위해 IBM처럼 1조 엔을 지불할 필요도 없다. 그 막대한 금액에 비교하면 지극히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통계학 기초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 단지 그것만이 요구된다. 빅데이터를 바라보는 또다른 시선. 빅데이터란 것은 데이터의 분석이 아니라 데이터 축적 양상의 변화라는 게 주장의 배경. 빅데이터 시대에 표본조사 같은 통계학의 쓸모를 얘기할 작정을 한 것은 분명 신선하나, 빅데이터 분석을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지도. [2]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울 정도의 데이터가 존재할 때 ..
325 [이병주] 촉, 진화하는 욕구를 감지하는 감각적인 전략 가디언. 2012.4.1 초판 1쇄. [1] 자동차를 제조하기보다 판매하는 것이 더 어렵게 되었을 때, 비로소 사람들이 연구 대상이 되었다. 눈물겨운 먹고사니즘. 각자의 이기심을 동력 삼아 부의 축적을 각축하는 자본주의가 과연 최선이라 할 수 있을지. 계급사회와 경쟁사회가 인간 사유가 상상할 수 있는 공동체의 한계인지. 평화니 번영 따위, 개나 주라지. [2] 기술혁신에 힘입어 옷은 더 이상 쉽게 해지지 않는데, 대중들의 소비능력은 크게 향상되었다. 패션업체들은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옷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사도록 만들어야 했다. 한 사회학자는 패션산업에서 나타난 이런 행태를 ‘파괴소비’라고 이름붙였다. 새로운 것을 사기 위해 멀쩡한 물건을 파괴하는 소비, 즉 필요를 넘어서 새로운 욕망을 추구하는 사치..
031 [Dennis ShaSha] 프로그래머 두뇌단련 퍼즐 44제 정보문화사. 2008.2.20 초판 1쇄. [1] 이 퍼즐들을 풀 수 있다면 당신은 관리자 타입이 아니다. 관리자가 되기에는 너무 뛰어난 인재이다. 조엘 스폴스키의 강렬한 비유가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대목. 프로젝트 관리와 프로그래밍은 뇌 수술과 빵 굽기 만큼이나 서로 다른데, 이 땅의 IT 인력들은 4차원 시공간의 뒤틀림에 휘말려 제빵 공장으로 순간 이동한 뇌 수술 전공의의 삶을 살아 갈 운명. 그게 싫으면 필드를 떠나든가. 프로그래머들이 연차가 쌓였다는 이유 하나로 관리자로 전직하는 구조는 분명 심각한 문제가 있다. 계급사회. 상명하복의 문화는 전문가 집단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프로그래머들은 대개 머리 희끗한 개발자를 꿈꾼다. 현실이야 치킨집 사장인 듯싶으나. 사람 말고는 내세울 것 없다는 나라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