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275) 썸네일형 리스트형 179 [줄리언 바지니] 가짜 논리 한겨레출판사. 2011.1.31 초판 1쇄. [1] 나의 가장 확고한 신념을 바꿔놓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현실적으로 그걸 가능하게 해줄 증거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면, 자신이 틀렸을지 모른다는 가능성마저 인정할 수 없을 만큼 생각이 경직됐을 공산이 크다. 일상에서 이런 이성을 만날 수나 있을까. 인간사 겪으면 겪을수록 자칭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간들이란 그저 인식과 사유에 있어서 심각한 구두쇠일 뿐이어서, 한심한 억지들이 끝없이 판을 친다. [2] 합리적인 토론의 목적은 우리의 승리가 아닌 진실의 승리다. 장담컨대 현실은 진영의 승리. 그조차도 진영의 세속적 이익의 승리가 전부. [3] 다른 모든 가능성이 제거됐을 때 남아 있는 것은, 아무리 개연성이 떨어지더라도 옳은 것이라는 셜록 홈즈의 말을 떠올.. 410 [정광근] 나의 하버드 수학 시간 웅진지식하우스. 2019.9.20 초판 1쇄. [1] (p.85) 이렇게 세상이 급변하는데도 한국 학교에서는 여전히 시험을 위한 수학 이상의 것을 가르치지 못한다. 의문의 여지 없이 이 나라 공교육의 목표는 변별에 있다. 학교는 교육은 받는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교육이라는 시스템이 배출한 ‘인적 자원’의 수요자에 철저히 집중한다. 고등학교는 대학 입결을, 대학교는 취업율을 자랑한다. 이 땅에서 명문대란, 그저 장차 먹고 살기에 좀더 수월한 대학을 이르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이 무너지니 공동체도 조용히 허물어내리는 중. 끝없이 추락하는 출산율이 모든 것을 방증한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각오로 공멸의 길로 치열하게 돌진 중. [2] (p.109) 토론식 수업을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두렵게 느낄 것이.. 410 [박구연] 독학 수학 지브레인. 2014.11.25 초판 1쇄. [1] (p.109) 배반사건은 두 사건이 교집합이 없는 독립 사건이어서 교집합이 공집합인 사건이다. 학원에서 7년간 수학을 가르친, 통계학 석사 출신인 저자가 ‘독립’과 ‘종속’을 몰랐을 리 없다. 저자는 그저 ‘서로 겹치는 부분이 없는’이라는 뜻을 담은 낱말을 찾다가 문득 ‘독립’이라는 입말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수학에서 말하는 ‘독립’이란 두 사건이 서로의 발생 여부에 철저히 무심할 때를 이르는 말이다. 해서, 서로의 발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배반사건’이야말로 두말할 것도 없이 강력하고 강력한 종속적 사건. 325 [김범준] 회사어로 말하라 비즈니스북스. 2011.10.25 초판 1쇄. [1] 회사와 싸우지 말고 회사가 당면한 문제와 싸워라. 저자가 말하는 ‘회사어’란 ‘회사에 잘 보이기 위한 말’. 요컨대 머슴살이 노하우를 책으로 쓴 것인데, 그마저도 실질적인 머슴살이 노하우가 아니라, 주인장한테 잘 보이는 노하우인 셈. 이런 책을 실명으로 출간한 저자의 용기는 실로 가상하나, 이런 소재로 책을 쓸 작정을 한 저자의 처지는 아무래도 처량스럽다. 404 [오후]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웨일북. 2019.7.19 초판 1쇄. 2019.7.31 초판 2쇄. [1] (p.133) 한민족을 백의민족이라 부르는데, 우리 조상들이 흰옷을 입은 건 패션 센스가 남달랐기 때문이 아니라 염색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권력자는 늘 색을 사용했다. 책은 도끼다. 책이 강력한 도끼질이 되어 아둔한 정신을 깨우지 않는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책을 읽겠나. 해서,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는 낱말을 별다른 의문 없이 ‘여백의 미’ 혹은 ‘한恨’ 같은 낱말들과 함께 우리네 한민족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었다면, 이런 문장은 문득 도끼가 된다. 아하, 그렇구나. 사극에서 관리들이 붉고 푸른 옷을 입은 것을 보면서도 정작 우리 조상님들이 염색할 여력이 없어서 흰 옷을 입고 생활했다고는 생각조차 못했구나! 아, 나.. 029 [김병완] 오직 읽기만하는 바보 브레인스토어. 2013.9.6 초판 1쇄. [1] 학교 교육은 정답이 하나인 가상 세계를 만들어 놓고, 그 정답을 찾고, 암기하고, 기억하는 단순하고 어이없는 공부법을 강조한다. 대학교까지: 문제와 정답을 동시에 알려준다. 정답을 가린 채, 앞서 알려준 정답을 가장 똑같이 재현해 내는 사람이, 일등. 석사: 문제를 알려준다. 가장 그럴듯한 해법을 제시한 사람이, 일등. 박사: 상황이 주어진다. 가장 적절한 모델링을 제시한 사람이, 일등. Fast-follower를 꿈꾸는 나라다 보니 석사나 박사 쪽 교육은 관심도 재능도 없다. 대학교 수준에서 법률의 해석 방법을 달달 익힌 율사들에게 공동체의 운영 혹은 운명을 맡기는 나라. 딱 그만큼. 802 [백우진] 글은 논리다 필맥, 2011.07.20 초판 1쇄. [1] (p.61) ‘때문’과 ‘까닭’은 둘 다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데 쓰인다. 그러나 용례는 상반된다. ‘때문’은 읽는 순서대로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므로 ‘어떤 원인 때문에 이런 결과가 발생했다’는 식으로 쓰인다. 반면 ‘까닭’은 ‘이런 결과가 발생한 까닭은 어떤 원인’이라고 쓰인다. 원인과 이유는 한자어. 때문과 까닭은 우리말. 한자어보다야 우리말을 쓰는 쪽이 아무래도 낫지 않겠나. ‘때문’에는 왠지 부정적인 어감이 묻어 있어서 어지간하면 ‘까닭’을 쓰려는데 용법이 사뭇 까다롭다. ‘때문’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풀이는 ‘어떤 일의 원인이나 까닭’. ‘까닭’의 뜻풀이는 ‘어떤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이나 조건’. 아쉽지만 나는 이 차이를 구별해 쓸 깜냥이 못 된다. [.. 181 [민인식] 화내는 당신에게 위즈덤하우스. 2012.1.15 초판 1쇄. [1] 인간은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서만 분노를 느낀다. 분노란 욕구의 그림자요 집착의 결과다. 욕구와 집착이 좌절되고 무시되면 그 뒤에는 반드시 분노가 따른다. 분노는 흔히 같은 지점에서 거듭 되풀이되는데, 욕구라는 것이 감추고 억누른대서 사라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 그런 분노에도 나름의 순기능은 있어서, 화를 내기에 혹은 화를 참기에 몰두하는 대신, 화가 나는 이유를 곱씹을 수만 있다면 내면의 욕구를 성찰하기에는 최적의 여건. 톨스토이의 말마따나 행복은 대개 비슷하고 불행은 저마나 나름의 이유가 있기는 하겠으나, 결국은 소유와 관계에 대한 갈망 혹은 불안. 무리 지어 살던 동물 출신인 탓이다. 싯다르타의 깨달음으로부터 2500년. 다.. 이전 1 ··· 3 4 5 6 7 8 9 ··· 35 다음